이혜미
(….)
내 오래된 침대 위에 고인 흉한 냄새들이여 너에게 입 맞추는 동안 검은 잇몸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사람의 반대편에서 괴사한 공중이 온통 얼룩져내리고
(….)
죽은 성기들을 밟고 흰 계절이 온다 너의 입술이 열려 이 밤 가득 썩은 목련들로 낭자해질 때 갓 태어난 시체 위로 내려앉는 눈송이가 자신의 온도를 모르듯이
순간들 사이에 거처를 마련하고 사라지는 방들을 내어주면 상한 달 무리들 일제히 쏟아져 들어와 도사리는 저 검고 깊은 아가리 속
위의 시의 화자는 관능적인 접촉을 통해 타인과 자신의 싱싱한 생명을 느껴보고 싶지만, 그가 감지하게 되는 것은 죽음이다. ‘너’와의 관능적인 사랑은 죽음의 풍경을 펼쳐놓는다. 그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현란하고, 가없이 처연하기도 하다. 시인은 관능적인 사랑의 불가능성에서 빚어진 슬픔 속에서, ‘너’와의 접촉을 통해 떠올리게 된 이미지들을 섬세하고 치밀한 상상력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