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다른 곳을 마다하고
저 소나무는 왜 벼랑 끝에 서 있을까
뿌리 절반을 아예
허공에 박아두고 있다
절벽으로부터
한 걸음 더
절벽,
가지 위에 커다란 둥지가 걸려 있다
저곳에 사는 낭떠러지 새는
격랑의 허공에
두근거리는 나무의 오랜
심장을 올려놓고
누구도 꺼내가지 못할 알을
추락하면서 낳는다
저 “벼랑 끝에 서 있”는 소나무는 “격랑의 허공”에 “뿌리 절반을 아예 박아두고” 아슬아슬하게 추락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이 소나무 가지 위-“격랑의 허공”-에 둥지를 만들어 사는 낭떠러지 새는 허공을 가로질러 추락하면서 알을 낳는다. 이 알은 추락의 위험을 감내하며 격정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가 남겨 놓게 될 삶의 어떤 핵심을 이미지화 한다. 그 “누구도 꺼내가지 못할” 삶의 핵심을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