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어느 착한 손이 있어 나에게 이렇게
사과 한 쪽을 내놓은 것인가
아침 식탁에 한 접시 잘 깎은 사과가 놓여 있다
몇 번 오가다 봐둔 식당에 다녀오면서
언덕 아래 노점에서 사온 것이었다
(중략)
국광도 아오리도 아닌
아무렇게나 비탈에서 자란 조그만 사과였다
그래도 오던 길에 원숭이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르기에
품 안에 꼭 싸안고 왔다
(중략)
아침이 밝기도 전에 원숭이들이 다 가져갔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슴에 품었던 것들을 밤새 잃었다
한갓 보잘것없는 것들만
오래도록 붙들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나에게 말간 사과 한 쪽을 내놓고 있다
다 늦은 아침에 어느 착한 손이 있어
시인은 저기 말갛게 내놓인 잘 깍은 사과 한쪽에서 “어느 착한 손”을 찾아낸다. ‘원숭이’에게 삶의 진실을 빼앗긴 현실에서도, 사과 한 쪽을 ‘나’에게 내밀면서 기적처럼 어느 순간 나타나는, 어딘가에 숨어 있던 착한 손이 있다. 지금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맞잡을 수 있는 당신의 손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기에, 이렇듯 우리는 타인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