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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방역인가, 정치방역인가

등록일 2021-08-09 19:59 게재일 2021-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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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방역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정치가 과학을 지배, 통제하면 방역은 실패한다. 인간은 정치권력을 두려워하지만 바이러스는 영국 수상도 감염시켰다. 과학이 말해주는 방역에 정치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중요하다. 외교를 통해서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여 조기에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델타 변이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집합금지와 제한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펴야 한다. 성공적인 방역은 정치와 과학의 유기적 협력에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치가 과학을 지원하는 과학방역’인가, 아니면 ‘정치가 과학을 통제, 악용하는 정치방역’인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은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감염의 위험이 크고 바이러스 변이가 거듭될수록 정치적 판단을 삼가고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가와 의료인들의 변이바이러스 확산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완화함으로써 4차 대유행을 촉발시켰다. 당황한 정부는 방역을 최고단계로 높이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된 정치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정부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 전형적인 정치방역이었다.

방역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방역기획관에 코드 인사를 강행함으로써 정치방역의 의혹은 더욱 커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국립암센터의 기모란 교수(암관리학)를 임명한 것은 코로나 방역이 아니라 청와대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 기 교수는 청와대 입성 전부터 정부가 의학적·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방역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정권을 방어했던 정치교수(polifessor)였다. 컨트롤타워가 정치성이 강하면 ‘사실(fact)’에 입각한 과학방역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선의 방역은 신뢰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차별적 영업제한이나 형평성을 상실한 방역조치는 신뢰를 떨어뜨린다. 보수단체의 집회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진보단체에 대해서는 소극적 대응을 하는 것은 정치방역이다. 시민들의 인내와 희생으로 이루어낸 K방역의 성과를 정권홍보에 이용하는 정치방역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문 대통령이 교회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대통령 자신도 “방역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과 의학의 영역”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좌우하는 방역만큼은 정치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가 방역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백신확보와 민생지원이다. 이스라엘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여 이미 ‘부스터 샷(3차 접종)’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아직 1, 2차 접종도 지지부진하다. 국민의 삶은 무너지고 있는데 국정을 책임진 정권이 대선 승리에 혈안이 되어 정치방역을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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