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옆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 상관없는 일들이 계속 나의 초인종을 누른다/ 용건도 없는 빈손이 찾아든다
궤도를 이탈해 서로를 밀어내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중력에 굴복하는/ 이름도 쓸모도 없는 행성 같은 이웃들
이를 테면 옆집 사람의 감정
사이사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다정한 말이 될 때/ 거리를 회복할 수 있을만한 몇 종류의 안부도 희박하다/ 지나치게 맑아 할 말이 없는 오늘 날씨처럼
(중략)
문을 열고 밖에 나서자/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는 옆집/ 고장 난 나침반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위의 시는 이웃이 있긴 있지만, 실상은 부재하는 현실을 담담하게 기술한다. 물론 이는 이웃과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적·감정적인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저 이웃 아닌 이웃의 존재가 시인의 의식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자극하면서, 어떤 위기감을 전달하는 동시에 의식의 문을 열 것을 종용한다. 인간관계의 “고장 난 나침반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