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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동

등록일 2021-08-08 19:36 게재일 2021-08-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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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

옆집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새로 생긴 대형마트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사람답게 살기는 어려운 법이다. 창가에 놓인 책들이 바래져간다. 책들 사이에서 벌레들이 기어 나온다. 그는 여전히 울고 있겠지만, 악은 갈수록 평범해져간다. 베란다 한 귀퉁이 수년간 버려둔 화분에서 알 수 없는 잡초들이 올라온다. 잎과 잎 사이에 거미가 집을 만들고 있다. 평범해서는 사람다울 수 없고, 나는 너무 쓰잘 데 없는 것들만 읽고 써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가족들이 내가 쓴 글들 읽을까봐 두렵다. (중략) 이 문장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이 문장만이 내가 등 돌리고 누울 유일한 곳일까.

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전혀 젖지 않는 건조한 삶을 살아가며, 그렇게 우리는 평범해져간다.(악의 평범성) 시인은 “사람다울 수 없”는 평범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벌레를 키우고 거미집을 만든다.(시 쓰기) 그러나 시인은 이웃이 고통 받는 실재와 자신의 문장과의 거리를 의식하면서 자신의 시 쓰기의 의미에 대해 의심하고 번민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의 시 쓰기는 저 실재와의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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