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에 각국의 선수들이 입장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총 206개 참가국 가운데 참가선수의 규모만도 12번째이고, 역대 메달획득 성적도 1984년 이후로는 대부분 10위권 내에 들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올림픽을 치른 1988년에는 메달성적이 세계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스포츠 경기가 국위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참가선수의 규모와 성적의 우위는 국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200여 국가 중에 상위 5% 내에 든다는 건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런데 그런 국격에 오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MBC방송이 이번 올림픽 개막식을 중개하면서 몰상식한 짓을 저질러 세계인의 지탄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에 분노를 더하고 있다. 그것은 몰상식한 정도를 넘어 비열하고 사악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시위대 사진과 대통령 암살사건을 내보낸 것처럼 그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소개할 때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과 광주사태의 영상을 내보내면 뭐라고 할 것인가. 좌파노조가 장악한 방송이 온갖 편파방송으로 나라를 어지럽히더니 급기야는 온 세계에 내놓고 나라망신을 시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6·25전쟁의 참화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시절을 겪어온 세대로서는 세계 10위권에 든 대한민국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열악한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맨주먹과 피땀으로 일군 나라였다. 다른 나라의 구호물자로 허기를 때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까지 세계 상위권에 드는 강국으로 보무당당하게 입장하는 걸 보고 어찌 가슴 벅차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회가 없을 것인가.
한편으로는 올림픽조차 참가를 못 하는 세계 최하위권 빈민국인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겨레가 이렇게도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단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스러움이 북받친다. 그것은 곧 한사코 통일을 가로막는 만고역적 김일성 일족의 세습체제에 대한 원한과 분노이기도 하다. 통일이 시급하고 절실한 이유는 우선 기아와 폭정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을 구해내야 하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우리 민족이 하나로 뭉치면 세계 굴지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단은 김일성 일족의 세습체제를 종식시키는 것이 통일의 첫걸음이라는 걸 모르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 체제를 비호하고 동조하는 정권이나 세력들은 민족의 반역으로 엄단하고 척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 심각한 것은 국민의 상당수가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 현실로나 사회주의·전체주의로 가면 패망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투철한 반공정신을 기반으로 한 때문이라는 걸 패망 직전의 북한이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의 좌파 정권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은커녕 정체성마저 부정하고 폄훼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