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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등록일 2021-08-04 19:53 게재일 2021-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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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사상 초유의 폭염 속에서도

여기저기에서 부고가 날아든다

사방이 죽음으로 가동된 장례식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인을 향해 마지막 절을 올리고

고인이 남긴 추억의 외투를 황급히 뿌리치고 부랴부랴 밖으로 삐져나온다

사방이 죽음이다

오래오래 절친이 되고 싶었던 이도 지난달에 죽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늘 흠모했던 분도 어느 날 지상에서 사라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살해당하고, 강으로, 바다로 뛰어들고

지병으로, 교통사고로, 갑자기 심장마비로, 전쟁으로, 기아로

이 땅을 떠나고, 떠나가고 있다

(중략)

시인은 지인의 부고를 들으면서 지금 이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죽음의 범람-또는 폭염처럼 견딜 수 없도록 내리쬐는 죽음들-에 대한 생각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저 죽음들에 대해 속수무책인 삶, 다만 죽음의 폭염 속에서 에어컨만 쉬지 않고 틀어대는 것과 같은 악순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시에 따르면 그렇게 생존해가는 ‘우리’는 수치스러움을 느끼며 서로를 외면하고 “철가면을 뒤집어 쓴” 채 살고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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