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람들에게 파티 문화 알리고, 우리의 꿈도 펼쳐요”

박순원기자
등록일 2021-07-20 19:51 게재일 2021-07-21 17면
스크랩버튼
울진의 파티플래너 1호 박지영·이미영
울진군 제1호 파티플래너 박지영(왼쪽) 씨와 이미영 씨.

7번 국도를 따라 경상북도의 끝자락으로 향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바다를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경북 울진군의 한자락에 다다른다. 대게와 원자력발전소 등으로 유명한 곳. 한 때는 강원도의 일부이기도 했기에 독특한 지역색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파티공작소’라는 생소한 이름의 카페(?) 아니 케이터링 업체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박지영(35) 씨와 이미영(34) 씨. 이들은 도시에서 울진으로 정착한 청년들이다.

 

경력단절여성 둘 케이터링 업체 ‘파티공작소’ 창업

영상제작·제과제빵 전공 바탕 소품·음식만들기 등

메뉴개발·원데이클래스 등 파티 업무 기획·제작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이 목표… 재능기부도 할 것”

울진 파티공작소의 모습.
울진 파티공작소의 모습.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저는 영상제작을 전공했고, 미영이는 제과·제빵을 했죠. 그리고 지금은 공부를 위해 쉬고 있지만 막내는 호텔 경영을 전공했어요. 우리가 3명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파티라고 하면 소품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 만드는 것, 준비하는 것까지 하게 된다면 우리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곧바로 아이템을 파티로 잡고 파티공작소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어요.”

말 그대로 두 사람은 모두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울산이 고향인 지영 씨는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영상제작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영화현장 스태프와 보도국 스태프로 일했다. 미영 씨의 고향은 울진이다. 결혼 전까지 개인 제과점과 대형 스파의 고객관리팀장으로 일했었다. 하지만 지영 씨와 미영 씨는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저는 울진에 연고가 없어요. 처음 울진에 왔을 때, 큰 아이가 12개월 되던 무렵이었죠. 귀촌 후 외롭다기보다는 나만의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있을 때, 미영이를 만났어요. 첫째가 동갑이라는 공통점과 경력단절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죠. 나름 미영이 고향이 울진이라 유익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구요. ”

“저는 울진이 고향이고 부모님과 형제들이 울진에 있어요. 다시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죠. 하지만 저도 지영이 언니처럼 매장을 오픈하기 전까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어요. 현재는 파티공작소에서 메뉴개발과 매장관리를 맡고 있죠.”

□ 나의 꿈과 아이를 위한 선택

한참을 바쁘게 살아갈 시기의 이들이 내륙의 외딴섬이라고 불렸었던 울진으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촌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파티’라는 아이템을 들고 말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강의를 듣다가 취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모으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 구청에 자문을 많이 구했거든요. 그때 담당했던 주무관님이 ‘이 아이템이라면 도시청년시골파견제를 통해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가지게 됐어요. 아! 울진이요? 사실 도시 생활이 너무 삭막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신랑이랑 귀촌을 해보자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죠. 그리고 ‘아이 낳고 살기 좋은 울진’이라는 슬로건을 보고 정착했어요.”

그렇다고 이들에게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티공작소’를 생소하게 바라보는 울진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막내를 떠나보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진리일까. 울진의 파티공작소는 어느새 지역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박지영 대표에게 지금의 느낌을 물었다.

파티공작소가 울진의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체험 현장.
파티공작소가 울진의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체험 현장.

“시골파견제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어쨋든 저는 지금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울진이라는 곳이 공기도 너무 좋고 아이들을 키우기에도 너무 좋은 환경이더라구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생활은 부족하지만, 내 아이들을 위한 너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어서 만족해요. 우리는 청년이기도 하지만 엄마거든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죠. 하지만 늘 노력하고 있어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 대체 울진의 파티공작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포털의 검색창과 주위의 도움을 구해도 알 길이 없었다.

“아직도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러가지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파티를 바탕으로 한 복합공간이에요. 파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많잖아요. 음식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기획을 하는 사람과 음악, 소품들이 함께 있어야 파티가 빛이 나죠. 저희는 이러한 파티를 울진의 경단여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더디게 진행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어요. 일종의 꿈?”

기억에 남는 것은 울진에서 처음 진행했던 초등학생들을 위한 원데이클래스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디저트 만들기라고 할까. 울진에서는 처음 진행하는 것이라 설렜다는 박지영 씨는 수업을 위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응은 좋았다. 카프레제와 카나페를 퓨전한 메뉴를 만들기도 했고, 크래커 위에 장식을 놓기도 했다. 파티공작소에서 직접 구워간 머핀에 아이들이 생크림 토핑을 하는 모습도 흐뭇했다고….

□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

울진이라는 시골은 이들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도시가 그립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떠할까하고 말이다. 사실 지영 씨와 미영 씨의 귀촌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남편의 결정에 따랐던 것. 오히려 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친정 어머니는 울진에 이사한 지영 씨를 보고 우시기까지 하셨다고 하니 말이다. “큰 도시는 이미 많아요. 제가 직접 아이를 키우고 살다보니 부족한 것들이 있더라고요. 성장앨범 찍어줄 수 있는 곳도 없고, 애들을 데리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부족했고, 그래서 제가 직접 한번 해보자. 다른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울진에서 하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처음 귀촌을 계획했을 때는 이상적인 삶을 꿈꾸기도 했어요.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와 안녕하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내 아이들을 흙과 물이 넘치는 그런 곳에서 놀 수 있게 하고 싶었죠. 아마 불영계곡을 넘어 내려오던 중 만난 푸른 주변 풍경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로 펼쳐진 7번 국도가 유혹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어떠할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들에게 귀농과 귀촌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물었다.

“로컬이 고향이 아닌 친구들에게는 낯선 환경, 그리고 귀향하는 청년들에게는 어른들의 시선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나의 적성과 직업을 찾아 돌아오는 청년들을 실패자나 낙오자가 아닌 우리 마을을 실리러 오는 구원투수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큰 도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돌아온 마을의 자랑? 그리고 무엇인가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들을 팍팍 전수해주셨으면 하구요.”

그랬다. 지영 씨와 미영 씨는 울진에서 새로운 꿈을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5년과 10년 후는 어떠할까.

“파티공작소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귀향한 청년들과 전문직 경단여를 필요한 직군에 모집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역 발전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코로나19로 많이 늦춰졌지만 조급해 하지는 않아요.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겠죠.”

“저희는 울진의 파티플래너 1호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파티플래너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학생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갓난아이를 데리고 도시로 나가 성장앨범 촬영을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시키고자 셀프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죠. 아이들과 베이킹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원데이클래스도 열었구요. 이렇게 아이템이 늘어나는 이유는 울진이 아닌 주변 도시에서 소비생활을 하는 군민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에요.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을 먼저 했으면 좋겠어요. 그저 저만의 꿈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말이죠. 다른 분에게도 새로운 시작이 되는 그런 사업이었으면 좋겠어요.”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경북에 청년이 산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