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후보들이 출마의 변에서 말하는 공정과 정의, 화합과 통합, 자유와 민주 등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적 수사(修辭)였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돌변하니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었다. 정의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선택적 정의’였고, 민주는 ‘다수의 독재’로 변질되었으며, 통합은 내편의 결집에만 관심을 두었으니 나라는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그러니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에게 “이것도 나라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임자들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수행 능력’과 ‘높은 도덕성’인데,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첫째, 국정철학과 시대정신이다. 철학이 없다는 것은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후보들은 집값·청년실업·불공정 등과 같은 당면과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음을 깨닫고 미래 가치를 위해 변화와 혁신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산업화·민주화시대에 갇혀있는 후보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른다.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을 지도하지 못하면 반대로 국민이 대통령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둘째, 권력의 오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대통령을 망친다.”는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을 명심하라. 권력은 마약과 같다. 권력에 취하면 자기통제와 자기감시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의 주변에는 목숨 걸고 직언하는 충신은 없고 권력을 쫓아다니는 불나방들만 우굴 거린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통령의 독선을 바로잡아 줄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절실하다. 후보들은 그의 비판적 역할을 법적·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셋째,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표리부동(表裏不同)과 언행불일치 때문이었다. 정치지도자의 생명은 ‘신뢰’다.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를 누가 따르겠는가?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권력은 국정의 동력을 잃게 된다.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편 가르기와 흑백논리, 내로남불과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당신들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특정 이념에 갇혀 진영논리를 펴는 사람이 어떻게 ‘대화와 타협이 원칙인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지역·이념·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확증편향은 국론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공정·균형·통합의 정치철학’이 확고히 내면화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