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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이로운 세상을 펼치다

등록일 2021-05-25 18:18 게재일 2021-05-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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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순 한국다학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마시는 게 차라고 말하는 김경순 한국다학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마시는 게 차라고 말하는 김경순 한국다학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조선시대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여유당전서 500여 권을 집필했다. 다산으로 하여금 유배지의 길고 긴 외로움과 고통을 견디며 집필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차(茶)였다. 다산이 살았던 초당 가까이에 백련사가 있었다. 그 백련사에 다산을 다도의 길로 인도한 혜장선사가 있었다. 두 사람은 차 동무가 되어 함께 차를 마시며 주역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혜장선사는 다산으로 하여금 길고 긴 유배의 외로움을 견디며 집필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팔공산 자락에 보이차를 연구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섰다. 차방의 문을 밀고 들어가자 옹기종기 놓여 있는 다기가 눈길을 끌었다. 말갛게 머리를 깎은 여승이 두 손을 합장하며 맞아주었다. 그녀는 부처님에 귀의한 스님이 아니라 차에 온 생을 맡긴 사람이었다. 말갛게 깎은 머리와 잿빛 승복이 어떤 마음으로 차 생활에 임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김경순 위원에게 보이차의 정의가 뭐냐고 물으니 햇볕에 말린 운남대엽종 쇄청차를 건조와 증압을 거쳐 자연 발효한 차라고 한다. 마주앉기 바쁘게 물 끓는 소리가 들리고, 김 위원이 흰색 다기에 갈색차를 따라주었다. 그 갈색이 바로 체지방 흡수를 막아주는 갈산지방이라던가.

“차를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예요?”

“사십아홉 살인가? 차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어요.”

김 위원이 원광대 차문화학과에 진학한 것이 49세 때였다고 한다. 비교적 늦은 출발이었지만 흔한 말로 그녀에게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했고, 오래 마음에 품었던 염원을 향해 거침없는 발길을 내딛었다. 차 문화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친 후 다학연구소의 연구위원이 되기까지 운남성 6대 차산지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대설산, 양패, 용춘, 명랑, 반잡, 승강, 반잡 등의 품질 좋은 고수차를 만들기에 온 시간을 다 바쳤다. 모차를 사서 자신만의 브랜드로 만들어서 ‘홍익차문화연구중심 고수순록’으로 완성시킨 것이 2014년이라며 그날의 감회를 돌아보는 듯 그녀는 시선을 멀리 둔다.

“보이차도 종류가 다양할 텐데요.”

“운남성 보이차의 조례법 품평사에 의하면, 운남성에서 생산되어야 하고, 대엽차 고수차여야 하고, 햇볕에 말려야 진짜 보이차라고 합니다.”

보이차의 네 가지 진위판별법을 보면 생산 원료를 속인다거나, 대엽종 고수차가 아닌 밭차를 사용한다거나, 생차를 자연 발효시키지 않고 반생 반숙 같은 악퇴법으로 빨리 발효시킨다거나, 발효 방법을 속이고 저장날짜를 속이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못을 박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차의 저장 날짜인데, 압병한 차에 발효한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고, 차를 사는 사람도 4월 20일 전에 딴 것으로 골라야 진짜 보이차를 마실 수 있다며, 차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좋은 차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좋은 차는 잎 모양이 균일하고 흑갈색의 색상과 윤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차 품평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좋은 차를 널리 알게 해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차를 마시도록 돕기 위해 영상 강의로 진짜 차와 가짜 차의 분별법을 일러준다고 한다. 흔히 골동경매에서 산 싸구려 차를 보이차라고 선물로 주는 현실이 너무 황당해서 유튜브 강의로 보이차 진위 판별 4계명을 목이 아프게 설명한다며, 자신이 먹지 않는 차를 선물로도 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선물은 귀한 사람에게 주는 귀한 마음이라며, 나쁜 차를 선물할 거면 차라리 참외를 사가는 게 낫다며, 나쁜 차를 진짜인 것처럼 속이면 안된다고. 예를 들어서 생산일 12월12일 채취했다고 표기되어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차가 아니라 가지치기로 만든 독이라고 한다. 그런 차는 먹어서도 안되고 선물로 줘서도 안된다고.

 

“좋은 차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좋은 차는 잎 모양이 균일하고 흑갈색의 색상과 윤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차 품평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좋은 차를 널리 알게 해주는 것이라며, 김 위원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차를 마시도록 돕기 위해 영상 강의로 진짜 차와 가짜 차의 분별법을 일러준다고 한다.

차 를 마시는 이유가 뭘까?

김 위원은 함께 마시고, 함께 건강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약용 효과를 지니고 있는 차를 즐겨 마시는 거라며,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것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정의를 내렸다.

“녹차와 보이차의 차이를 말해주세요.”

“녹차와 보이차는 발효과정으로 구분됩니다. 녹차가 잎을 따는 즉시 솥에 덖어서 발효가 안되게 하는 덖음차라면 보이차는 잎을 말려 효소발효시키는 것이 녹차와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물의 온도와 다례법의 차이에서도 구별된다고 한다. 녹차를 쪄서 증차로 만들면 물 온도 80도로 우려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녹차를 솥에 덖어서 만들기 때문에 잎차에 카페인이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녹차 다례법을 보면 차를 우려낼 때 다완에 부어서 일차적으로 물을 부어서 식힌 다음에 붓기 때문에 카페인이 그대로 남지만, 100도 이상의 온도로 끓인 보이차는 카페인으로 인해 밤에 잠 못 드는 법은 없다고 한다. 김 위원은 중국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온 모차를 엄격한 공정 과정을 거쳐 ‘홍익고수보이차’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찻잎을 딸 때 차청이 맑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누렇게 변한 잎이 많으면 거칠고 찻잎이 맑지 않다.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찻잎이 까맣게 발효한 대엽차의 맑고 크고 균일한 잎을 판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고수 보이차 나무는 아주 큰 나무다. 녹차나무는 관목이라 나무가 작다. 중국의 동백나무라고 하는 차나무 ‘카멜리아 시넨신스’는 기후에 따라서 다르게 자란다. 대엽종과 중엽종, 소엽종, 변의종이 있다. 소엽종에서 딴 잎차는 생차가 되고 대엽종에서 딴 잎차만 보이차라고 운남 조례법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엽종이 잘 자라지 않고 찻잎이 소엽종이어서 초청 녹차만 생산될 뿐, 보이차를 만들지 못한다. 그 대신 우전 녹차는 보이차보다 비싸다. 중국에는 500년 된 고수차나무가 있고, 기네스북에 오른 수령 2천700년 된 나무도 있다. 오래된 나무에서 딴 잎만 모은 것을 ‘단주’라고 하는데, 그런 차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한다.

“보이차의 좋은 점이 뭐예요?”

“첫째 보이차는 물을 많이 마실 수 있어요.”

갈색으로 변한 차의 갈산성분이 체지방의 흡수를 막아줘서 지방흡수를 도와주고, 다이어트 식품으로서의 효과를 발휘한다. 카테킨과 펩틴은 변비를 막아주고 핏속의 콜레스테롤을 막아서 피를 맑게 해준다. 폴리페놀 성분이 염증발생 억제, 암 발생을 막아주는가 하면 탄닌의 떫은 성분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피로회복을 도와주기도 한다. 카페인을 많이 먹으면 심장이 뛰는데 데아민이 이를 억제해주는 길항작용을 하기 때문에 마음이 평온해져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보이차를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오래된 차나무에서 딴 잎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2003년도 보이차 매장을 열던 해에 맹해 차장 하던 사람에게서 차를 산 뒤 차방을 열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무모한 시절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차를 제대로 알기 위해 힘들게 공부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차방을 열 수 있었고, 대설산 차산지에 가서 직접 찻잎을 사서 정통방식의 발효과정을 거쳐 ‘홍익고수보이차’ 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게 되었다고 감회 어린 시선으로 차방을 둘러본다.

‘삼국지’에 유비가, 적군에게 100년 된 차를 빼앗길 뻔한 지경에 이르자 옹기에 차를 넣어 물에 띄워 지켰다는 내용이 있다며, 100년 된 보이차는 죽은 사람도 살리는 기운을 가졌다고 한다. 또한 보이차는 눈병도 치료해준다며, 제갈공명이 운남성 차산지를 지나다 병사들의 눈병을 낫게 해준 이야기를 해준다. 제갈공명이 고대 6대 차산지를 지나치다 지팡이를 꽂았더니 큰 차나무가 자랐는데 그 잎을 따서 달여 먹게 했더니 병사들의 눈병이 나았다는 얘기였다. 그 찻잎이 바로 오늘의 보이차라고. 그런 연유로 김 위원은 한국차연합회에서 제갈공명의 옷과 모자를 쓰고 차 자리에 참석해서 시연한 적이 있다며, 그날 사람들이 공감해줘서 기쁘고 즐거웠다고 지난 시간을 추억했다.

차를 마시는 이유가 뭘까?

김 위원은 ‘홍익’이라는 이름대로 널리 이로운 세상을 펼친다는 의미를 언급하며 함께 마시고, 함께 건강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약용 효과를 지니고 있는 차를 즐겨 마시는 거라며,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것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정의를 내렸다. /글 장정옥 소설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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