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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 ‘리얼돌 체험방’… 도보 8분 거리엔 초등학교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05-24 20:28 게재일 2021-05-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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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판매점·대형 영화관 인근
학생들 오가며 쉽게 노출
학부모 수차례 폐쇄 요청에도
단속·규제근거 없어 속수무책
“최초 포항 상륙 리얼돌 체험방. 체험료 1시간에 3만원.”

최근 신종 청소년 유해업소로 논란의 중심에 선 ‘리얼돌(Real doll·성인용 인형) 체험방’이 포항지역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업소는 최근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을 틈타 청소년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청소년들이 자칫 그릇된 성(性)의식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한 건물의 입구에는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배너 입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치 동전노래방처럼 분리된 9개의 방이 존재했다. 1평도 되지 않는 좁은 방 안에는 여성의 신체와 얼굴을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실리콘 인형 형태의 성(性) 기구인 ‘리얼돌’이 누워 있었다. 체험료는 2시간에 5만원, 12시간 10만원. 사실상 이곳은 ‘인형 매춘(賣春)’이 이뤄지는 장소인 셈이다.

우려되는 점은 이 건물의 맞은편에는 대형영화관이 존재하고, 도보 8분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이곳 주변을 오가면서 ‘리얼돌 체험방’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도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수차례 가게 앞을 오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최모(45·여)씨는 “호기심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리얼돌 체험방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만일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직 성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해당 ‘리얼돌 체험방’은 지난달 초순께 들어섰다. 이를 목격한 학부모들은 지난 9일과 10일 국민 신문고에 ‘교복 파는 곳과 영화관 있는 건물 근처라 아이들 눈에 쉽게 띈다’며 리얼돌 체험방을 폐쇄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13건이나 게재했다. 경찰도 민원이 접수돼 업소를 단속하러 갔지만 규제할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현행법상 ‘리얼돌 체험방’은 성기구판매 대여업소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리얼돌 체험방’이 불법성매매업소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업소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지자체나 정부의 허가없이 단순사업자 신고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시설은 학교 반경 200m 안에는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이 가게는 학교로부터 519m 정도 떨어져 있어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리얼돌의 음란성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있어 영업장에 리얼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풍속업소로 단속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할만한 법적인 규제가 없는데 무리하게 강압적으로 단속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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