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가 되기 직전인 조선말기는 지리멸렬한 정국이었다. 오랜 당파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된데다 국제정세에 무지몽매한 조정은 불어 닥친 외세의 바람에 갈팡질팡하고,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19세기 말에 네 차례나 조선을 방문한 영국인 비숍 여사는 조선인들의 가난과 불결, 게으름에 놀랐다고 한다. 조선의 백성들이 가난한 것은 노동의 의욕이 낮고 따라서 생산성이 낮았기 때문인데 이는 부패한 관리들의 수탈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일을 해도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절망과 체념이 백성들을 무기력하고 게으르게 만든 거라는 결론이었다. 거기다 상류층은 사치와 방탕에 절어 있었다고 한다. 맹자에 나오는 ‘國必自伐然後人伐之(나라는 스스로 망할 짓을 한 후에 다른 사람이 멸망시킨다)’는 말처럼 조선은 이미 곳곳에 패망의 징조를 보이는 나라였다.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이 된 것은 미국의 원폭투하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한 때문이었다. 타력에 의해 불시에 해방은 되었지만, 막상 나라를 다시 일으킬 준비는 되어 있질 않았다. 당연히 좌왕우왕하고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었다. 식자층의 과반수가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었고 국민의 70%가 사회주의를 찬성한다는 실정에 남쪽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수립된 것에는 미군정과 이승만의 의지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비호와 원조를 받은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데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혜택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김일성이 도발한 6·25전쟁에 미국을 위시한 유엔의 도움이었다. 미국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 때 대한민국은 없어지고 우리는 지금 김정은을 절대 존엄으로 떠받들어 모시고 사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비록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도운 것이라 한들 그것이 우리나라를 살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일이다. 반면에 중공군의 개입이 없었으면 남북은 통일이 되었을 것이다. 압록강까지 진격을 해서 한반도의 통일은 눈앞에 둔 순간 중공군의 침입으로 무산이 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을 일이었다. 전쟁의 발발에서 병력투입까지 중공은 명백히 대한민국의 적국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의 요직을 장악한 주사파들 중에는 이승만이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 것이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6·25전쟁에 미군이 참전해서 적화통일을 막은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미군을 몰아내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노선이 반미친중 정책이다.
반대쪽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겉으로는 아닌 척 위장을 하더니 차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분명한데도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한사코 엇길로만 가는 정권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