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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발장

등록일 2021-04-25 19:46 게재일 2021-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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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일자리를 잃고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게 되자 배고품을 견디지 못해 삶은 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났다 붙잡힌 40대 남자의 사연이 경기도에서는 화제다. 누범이라는 이유로 그는 5천원 상당의 계란을 훔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고, 해당 자치단체서도 그의 생계 지원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가난이 죄일 수는 없다. 죄는 믿지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까지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윤리관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같은 생계형 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리를 암울하게 하는 소식이다.

검찰청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강력, 폭력, 교통범죄 등 주요 범죄는 전년보다 6∼9% 감소했지만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포함된 재산범죄는 전년보다 5%가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나빠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자영업자 등의 파산신청도 한달에 1천건을 넘는다고 한다. 코로나의 위력에 또한번 우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청에서는 ‘영원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부담없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품값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0원마켓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 조각 하나를 훔쳤다가 19년의 징역형을 살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였다.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이같은 장발장 인생을 양산한다는 느낌에 가슴이 아프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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