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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보람이 비극’은 사회에 뭘 말하고 있나

등록일 2021-03-15 19:06 게재일 2021-03-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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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사회에 아동학대와 이로 인한 사망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구미시 한 빌라에서 미라상태로 발견된 보람이(3세)의 생전모습이 지난 13일 M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김모씨(22)와 김씨의 어머니 석모씨(48)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부모 잘 만났으면 너무도 건강하고 예쁘게 자랐을 아이들이 계속 희생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지면서 보람이의 비극이 ‘제2의 정인이 사건’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가슴 아프게 한 정인이 사건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한 여자 아이를 부부가 장기간 학대하여 16개월이 되었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정인이 사건 외에도 천안에서 계모가 아홉 살짜리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7시간 넘게 넣고 다니다가 아이가 사망한 사건, 그리고 창녕에서 아홉 살 여자아이를 계부와 친모가 동물처럼 쇠사슬로 묶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지는 고문을 한 엽기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인구 10만 명당 381건으로 1년 전 301건보다 8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2.5건을 시작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신고된 사건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학대가 급증한 것인지 신고가 늘어난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 것처럼 아동학대 대부분은 집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가해자가 부모이기 때문에 정부가 학대 사실통계를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다. 요즘에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아동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범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는 아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주변의 피해신고가 전제돼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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