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는 2살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빌라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았다가 숨진 외손녀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부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친모 A씨는 6개월 전에 빈집에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이사를 간 것으로 밝혀져 경악을 부른다. 전북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는 부모가 ‘분유를 토한다’고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인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속발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대통령 산하에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의료법 일부 개정법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 번 접수되면 즉시 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놓도록 하는 일명 ‘정인이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대응들은 거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수준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유형 중 부모가 75.6%에 이른다는 사실은 ‘아무나 부모가 되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1980년 ‘부모면허제’를 도입하자는 학계의 급진적 제안이 나온 이후 ‘부모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킨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름판 판돈 걸듯 출산장려금을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학대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부모교육 의무화’는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