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더 교묘해진 ‘검찰총장 패싱’, 독립성 훼손 심각

등록일 2021-02-09 18:32 게재일 2021-02-10 23면
스크랩버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인사가 또다시 재연됐다. 신임 박범계 장관은 소통을 강조하고, 윤석열 총장과 만나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검찰총장의 독립적 인사권을 존중하는 척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싱 기법이 더 교묘해졌을 뿐 추미애 전 장관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윤석열 총장을 ‘식물 총장’ 상태에 묶어두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수십 년 제도와 관행으로 진전시켜온 검찰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법무부가 단행한 검사장급 검찰 인사에서 심재철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자리를 맞바꿨다.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후임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을 임명한 게 전부다. 승진은 없고 전보도 4명에 불과한 소폭 인사다. 문제는 바뀐 장관의 이번 인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철저히 배격됐다는 사실이다. 박 장관의 ‘소통’ 운운은 그저 정치적 제스처였을 뿐 결과는 ‘추미애 시즌2’였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지난 5일 회동에서 박 장관이 인사 기준만 설명하자 윤 총장은 지휘통솔 능력을 상실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총장 징계에 앞장선 대검 참모진 교체 등 ‘신상필벌’에 기초한 3가지 인사 원칙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정권 편향 검찰 간부들을 중용하거나 유임시킨 인사의 원칙이나 배경은 도무지 설명이 없으니 그저 그 뻔한 사유를 짐작하기만 할 따름이다. 문제는 추미애 장관이 마구 부숴버린 ‘검찰독립’을 위한 제도와 관행들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제청을 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찰독립을 위해 총장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정신을 담은 장치다. 그런데도 추 장관 이후 느닷없이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에 대한 축소해석을 들고나와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뭉개는 행위가 관행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검찰 내부의 한탄이 안타까운 비명으로 들려온다. 어쩌다가 우리 검찰의 위상이 이 지경이 됐나.

노병철의 요지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