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에는 경기규칙이 있다. 한쪽이 불리하도록 규정을 정해 진행하는 경기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 구성원으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데도 자연적인 관습이나 질서, 법으로 정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업에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이 생겼다. 해양수산부가 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해 올해 1월부터 근해자망에도 오징어 총 허용어획량(TAC) 제도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울릉도 어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어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울릉도 어선들은 90%가 오징어 채낚기어업으로 낚시로만 오징어를 잡는다.
그런데 그물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어업을 허가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낚시로 잡는 어선과 그물로 잡는 어선 누가 더 유리할까? 그리고 그물로 오징어를 잡으면 오징어 자원이 회복될까? 황당하다. UN에서도 자망어업은 자원 남획형이라고 금지하고 있다.
도대체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오징어 자원을 회복하고자 근해자망어업에 오징어조업을 허용했을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그물은 자원고갈의 원인은 물론 이거니와 울릉도 근해 오징어 조업에 공정할 수 없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근해자망 어선들은 지난해 오징어 어군의 회유 경로를 따라 울릉도 연근해까지 원정조업에 나서 지역 어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에는 근해자망은 오징어 TAC를 할당받지 못해 불법어업으로 간주해 지역 채낚기 어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순순히 물러났었다.
하지만, 근해자망이 이제 오징어잡이의 합법화 무기를 장착함에 따라 오징어 주 어장이 형성되는 울릉도 근해 등 동해안에서 채낚기 어민들과 심각한 조업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동해안 채낚기 어민들은 ‘근해자망 오징어조업 결사반대’ ‘동해바다 오징어의 씨를 말리는 근해 자망 조업 TAC(총어획량)로 합법 반대’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근해자망의 TAC허용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울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그물을 이용 싹쓸이 조업을 한다며 정부에 건의하고 트롤어선의 조업을 막아달라고 수년째 투쟁하는 가운데 오징어 어장은 점점 고갈되고 있다.
그런데 근해 자망어업까지 허용하면 도대체 울릉도 어민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울릉도 어선들은 낚시를 이용해 오징어를 잡는 것은 물론 오징어를 모으는 집어 등도 제한받고 있다.
온갖 규제를 통해 그나마 울릉도 등 동해 오징어어장을 지키고 있는데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어선이 지난 2014년부터 북한수역 및 인근 공해상, 동해 불법 어업으로 울릉수협의 오징어 위판은 지난 2013년 연간 1만t에서 현재 겨우 몇백 t만 위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그물어업을 허용한다는 것은 자원고갈은 물론 울릉도 어민들은 어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보다 오징어 채낚기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울릉도 어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