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의 통합 문제로 일부 중진들과 부딪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철수 대표가 독자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어도 이길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야당 민주당 조순 후보가 무소속 박찬종 신드롬을 잠재우고 낙승했던 역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5%로서 민주당의 29.3%보다 높았다. 그러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국민의힘이 안정적으로 민심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을 떠받치고 있는 확고한 정책적 신념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권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임박했으니, 대세 조짐이 있는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이 시급하다는 강박관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섣부른 정치 공학이 현실정치에서 화를 부르는 경우는 귀하지 않다. 정치판에서 원 플러스 원(1+1)이 반드시 2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 소속 의원 전체에게 보낸 ‘공공선(公共善) 자본주의’ 보고서를 주목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이 미래를 꿈꾸며 따를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지향점을 찾아내어 제시해야만 한다. 흘러드는 민심을 담아낼 그릇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인물 중심으로 좌충우돌해 온 한국 정치의 폐해를 청산할 때가 됐다. 정책좌표가 설정되고, 뜻을 합치면 야권통합은 저절로 된다. 선후(先後)를 잘못 헤아려서 모처럼의 이 지지세를 허망하게 뒤집고 부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