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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 사면론’ 역풍에 입지 좁아진 청와대

등록일 2021-01-07 19:07 게재일 2021-0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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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던진 ‘MB·朴 사면론’이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무슨 꼼수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뜻밖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친문 골수 지지층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제안에 몰매를 가하고 이 대표가 한 발 두 발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돼가고 있다. 사면권이라는 고유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는 한없이 줄어들었다.

사면 이슈에 관해 찬반이 팽팽한 국민 여론이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면 찬성 응답은 47.7%로, 반대 응답은 48.0%로 집계됐다. 무당층에서 찬성이 50.0%, 반대가 41.1%로 나타난 결과에 눈길이 간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면론에 대해 “사과와 반성 없는 사면 복권은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민주당이 사면에 ‘당사자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자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격앙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시중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노리개 취급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원조 친박’ 이정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극한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흥분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다수의 횡포’ 늪에 빠진 한국 정치의 기류를 바꿀 극적인 전환점이 되려면, 대통령이 큰 눈으로 판단해 단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이 중차대한 문제까지 ‘갈등 정치’의 먹잇감으로 악용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중도층의 찬성 여론을 깊이 읽는 게 옳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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