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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루비콘 강을 건너다

등록일 2020-12-14 18:35 게재일 2020-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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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고 당부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실제로 그렇게 하자 황급히 징계 수순에 들어갔다. 정치적 수사(修辭)에 능한 위선적인 대통령과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우직한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통령이 약속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실체이다.

대통령이 법무장관을 앞세워 검찰총장을 제거하고 공수처를 출범시키려는 것은 정권안보 때문이다. 대통령과 권력실세들이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검찰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은 청와대의 ‘아킬레스건’이다. 윤석열을 제거한 후, 이 사건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하거나, 공수처가 직권남용을 이유로 담당 검사들을 수사함으로써 검찰을 무력화할 수 있다.

여론은 어떠한가? 국민은 ‘검찰개혁을 외치는 대통령’이 아니라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역설하는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윤석열은 ‘권력의 검찰’이라는 ‘꽃길’을 거부하고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하여 ‘가시밭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검사들이 총장 징계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가 모두 부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에서는 윤총장의 직무배제 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으며, 전 대법관과 법무장관 등 600여명의 변호사들은 법치를 파괴한 추미애의 해임을 요구하였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대해 56.3%가 잘못했다고 지적한 반면, 38.8%만 잘했다고 응답했다. 문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8.2%, 긍정평가는 37.1%로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야당의 거부권에 막혀 공수처법 처리가 어렵게 되자,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이 법을 또 다시 개정하여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검사는 물론, 판사와 국회의원까지도 수사할 수 있는 ‘괴물 공수처’의 출현은 3권 분립의 파괴로서 한국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절제되지 못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대통령들의 불행한 말로(末路)를 벌써 잊었는가? 퇴임 후를 대비하여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었던 그 어떤 대통령도 결코 자신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정치의 세계에서 영원한 권력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도한 정권의 권력 폭주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야당의 정치력이다. 야당성도 투쟁전략도 없는 무기력한 ‘국민의 힘’은 전열(戰列)을 재정비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또한 양심적 지식인과 정론(正論)언론을 중심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이 결속하여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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