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편법과 꼼수를 다 동원한 민주당의 입법독주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핵심 장치인 ‘야당의 비토권’이 거세된 채로 출범하게 됐다. 지난해 공수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야당의 비토권’을 독립성·중립성 보장장치라며 수도 없이 다짐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약속은 완전히 허언(虛言)이 됐다.
바뀌는 공수처법에 의하면 정권이 선택한 사람이 공수처장이 돼서 검찰이 수사 중인 현 정권 관련 사건을 다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다. 수사 경험도 전혀 없는 민변 출신의 5년짜리 변호사들도 수두룩 공수처 수사관이 될 것이고, 소속 검사의 임기도 3년(3회 연임 가능)에서 7년(연임 제한 없음)으로 늘어나 정권이 바뀌어도 신분을 지키게 된다.
어제오늘 사이에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 여당의 폭거는 이 나라 민주주의에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오죽하면 진보 정의당마저도 “174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은 그만큼의 더 큰 책임감과 정치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이끌어가라는 것이지, 의석으로 독주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을까.
어쨌거나 우리는 이제 판·검사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어느 독재국가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대통령 친위대 치하에 살게 됐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 지를 국민에게 최대한 알리기 위해 무슨 절차든 포기하지 않고, 따지고, 알리는 것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말이 비장하게 들린다. 협치도 양보도 타협도 모두 사라진 정치권에서 야당은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