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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감대 없는 ‘사과 쇼’ 의미 없다

등록일 2020-12-08 19:41 게재일 2020-1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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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구속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 문제를 놓고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대국민 사과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를 실행할 뜻을 내비치자 당내에서 반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김 위원장 혼자서 사과를 하는 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최근 지지도가 오르는 등 조금 형편이 나아지자 고질병이 도지는 것 아니냐는 조롱이 터져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청년국민의힘 창당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는)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예고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이르면 9일에 행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부터 “선거를 앞두고 굳이 우리 스스로를 낙인찍을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도 하더라”라고 말해, 에둘러 반대 의견을 표했다. 장제원 의원도 SNS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당 대변인인 배현진 의원은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을 정면 겨냥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종인 비대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이것도 못 하면 내가 (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한 차례 분열 소용돌이마저 감지된다. 정당의 이름으로 공개사과를 하려면 당내 공감대부터 형성하는 게 순서다. 밤샘 토론을 통해서라도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순리다. 국민의 지지가 조금이나마 돌아오는 시점에 불거진 제1야당의 불협화음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생각은 그르지 않다. 중지를 모아서 한목소리를 만들어가는 정치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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