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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행복해지는 법

등록일 2020-09-14 19:18 게재일 2020-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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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br>인문글쓰기 강사·작가<br>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코로나가 발생한 지 8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끝나리라는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 전염력이 강한 데다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피할 곳도 없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행복 찾기는 더욱 절실하다. 여기저기서 심리적 적응을 위해 자구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심리적 자구책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와 관련해서 장기 연구가 있다고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팀은 2017년부터 매일 한국인의 행복도를 설문지로 조사하고 있는데, 올해도 이 연구가 계속되어 1월부터 6월까지 60만 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특히 이 조사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 수 변화와 설문참가자들의 행복도 사이에 상관관계를 성별, 나이, 경제 수준, 성격 등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연구하여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여자들의 행복도가 언제나 남자보다 낮고, 두 번째는 경제 수준이 낮은 사람의 행복도가 경제 수준이 높은 사람보다 낮았다. 마지막으로 나이 든 사람들의 행복도가 젊은이보다 높았다.

경제 수준이 낮은 사람, 여성의 행복도가 낮은 것은 충분히 예상할 만한 결과지만, 50대 이상의 행복도가 젊은이보다 높고 변화폭이 적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다. 연구 팀이 분석하기로는, 나이가 들면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쁜 일에 대한 충격도 그만큼 적은 데다가 나이 든 사람들은 평소에도 거리를 두고 살았기 때문에 격리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나 그에 따른 우울감이 적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참고할 것은 행복의 의미다. 행복에는 삶의 만족도, 긍정적 정서, 삶에 대한 의미 경험 등의 요소가 있는데, 코로나 시기에 만족도나 긍정 정서는 하락했지만, 삶에 대한 의미 경험은 상승했다고 한다. 부정적 감정을 많이 느끼는 중에도 삶에 대한 성찰력은 높아졌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성찰력이 젊은이보다 높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나이 든 사람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있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의 행복 찾기 방식을 모델로 삼기는 어렵다. 이것은 나이듦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데다, 무엇보다 외부 변화에 반응력이 낮은 것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기 어렵고, 평소 대인 관계에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행복도가 낮은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자영업의 휴업이 잇따르고 고용도 불안정하니 한창 일할 젊은이들의 행복도가 낮고, 특히나 여성들은 언제나 낮다. 이 결과를 보면,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적 조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말을 줄이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거나, 내 방도 여행하고 몸과 마음을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모두가 그런 방식으로 행복을 찾을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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