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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의 함정

등록일 2019-01-30 19:42 게재일 2019-01-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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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들이 한데 모여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한 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보통 노사정 대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노사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를 축약한 말이다.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타협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협약이다. 당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정부가 재정 및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과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 개편,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를 다루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한국노총도 31일 경사노위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부터 대화 거부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경사노위가 삐걱 거리면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과 함께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대화는 국민의 결정이 아니라 경사노위 합의를 빌미로 정치투쟁을 선동해 국가의 정잭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결국 사회적 갈등도 해결할 수 없고, 지난 20여년 동안 성과도 미진한 만큼 이제 폐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게 당사자들의 자발성과 필요성이 없으면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지금껏 투쟁으로 모든 걸 얻어온 노동계가 협상으로 주고받는 사회적 합의에서 뭘 내놓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에 집착하면 오히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게 사회적 대화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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