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이맘때 전남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새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해 중앙정부에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겠다”는 지방분권 의지를 분명히 피력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뜻이 금년도 6.13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개헌에 관한 정부안이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대통령의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여야 간의 당리당략적 차원의 합의 실패이든 이유를 떠나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현재로 봐서는 연내 개헌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우려되는 일이다.
지난 22일 전국 17개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주최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지방분권 개헌 촉구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시도의회 의원과 사무처 직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되살아나지 않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불씨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지방분권개헌 재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지방의회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로 모든 권한이 쏠려 있으면서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역 간 불균형 뿐 아니라 지방소멸, 사회 갈등, 저출산 등 모든 국가적 난제가 수도권 집중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중앙으로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지 않으면 지금의 난제는 해결되기가 난망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 스스로 입법권과 행정권, 재정권을 가지고 지방 특색에 맞는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0%를 겨우 상회하는 정도이나 서울과 수도권을 빼고 나면 지방은 지방공무원의 월급도 못줄 형편이다.
1991년부터 지방선거가 시행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고 하나 아직 요원하다. 28년이 지났으면서도 ‘무늬만 지방자치’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과연 우리지방은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제대로 된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