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32년만에 美 공연<br />“미국 음반 작업도 계획”<br />
가수 전인권(64)은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팜스프링, 뉴저지, 애틀랜타 등 3개 도시에서 밴드와 함께 공연하고 돌아온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에게 미국행은 여느 가수들과 감회가 달랐다. 과거 마약 전력으로 미국행이 어려웠으나, 이번에 비자를 발급받으면서 들국화 시절이던 1986년 이후 32년 만에 현지 무대에 올랐다. 당초 작년 7월 예정된 전인권밴드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은 비자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취소됐고 다시 1년이 지나 성사된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전인권은 “작년부터 이어진 울화와 우울증이 가실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오랜 시간 비트에 역점을 둔 내 연습 방법이 맞았다는 생각에, 우리 밴드의 사운드가 적중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고 강조했다.
울화와 우울증은 지난해 봄 특정 대선 후보 지지 발언으로 인한 일부의 비난과 표절 논란 등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다.
미국 첫 공연은 지난달 9일(이하 현지시간) 팜스프링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에서 1천700명 규모로 열렸다. 그는 이어 같은 달 11일 뉴저지 버겐 퍼포밍 아트센터, 13일 애틀랜타 벅헤드 씨어터에서 기타리스트 신윤철·베이시스트 민재현 등 5명의 베테랑 밴드 멤버들과 무대를 꾸몄다.
3시간가량 ‘제발’,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랑한 후에’, ‘걷고 걷고’, ‘걱정말아요 그대’ 등의 대표곡과 로드 스튜어트의 ‘세일링’(Sailing),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등의 레퍼토리를 선사해 잇단 앙코르 요청과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인권은 “팜스프링 공연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왕복 5시간 거리를 와준 관객들도 많았고, 한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 팬은 2004년부터 제 앨범을 들었다며 남편과 세 아이를 두고 혼자 차를 몰고 왔다”며 “특히 웃고 박수치던 관객들이 ‘굳세어라 금순아’ 등을 부를 때 눈물을 보여 뭉클했다”고 떠올렸다.
관객 피드백이 좋자 그는 내년 미국 7개 도시 공연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또 현지 관계자를 통해 그의 음악을 접한 프로듀서로부터 음반 작업을 같이 해보자는 얘기도 오갔다고 말했다.
“비욘세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인데, 제 음악을 듣고서 아주 특이하고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라고 했대요. 음반 작업을 같이 해보자는 얘기가 나와 잘 진행되면 겨울 즈음 미국에 가 녹음도 해보려고요. 또 현지 공연 관계자와 함께 레드제플린 드러머 존 본햄의 아들인 드러머 제이슨 본햄의 내한을 추진해 같이 무대도 해볼까 해요.”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의욕을 갖고 오랜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 듯 보였다. 그는 늘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 진짜 좋은 음악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젠 ‘내 인생이 어처구니없었구나’란 후회도 남지 않았어요. 지금 젊음이 찾아와 준 것 같아 꿈을 가지고 해봐야죠. 또 해내고 싶고요. 힙합이 바탕인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했듯이, 록 음악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굉장한 일일 거예요.”
그는 이어 “성공이란 게 관객수 몇 명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스팅, 밥 딜런의 음악이 정신적으로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듯이, 음악적인 주관 등 모든 면에서 ‘이 사람 멋있다’란 말을 듣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팝을 좀 더 공부하고 전인권밴드 음악에 국악기 리듬을 살짝 가미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늘 그렇듯이 그는 연습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매일 오전 4~5시에 일어나 비트 기계를 켜고 리듬의 정확성에 공을 들이며 발성 연습을 한다. 비트가 좋아지면 밴드 사운드 자체가 달라지니, 요즘은 클래식 음악도 들으며 자신의 한계를 찾고 있다고 했다.
“로드 스튜어트는 연습을 안 해도 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엄청나게 연습을 하더라고요. 죽으라고 연습을 하고 히트도 하는 것이죠. 소리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요. 그러니 득음도 매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연습하는 모습은 그가 첫 번째 사부로 출연했던 SBS TV ‘집사부일체’에서도 담겼다. 예능 출연 이유를 묻자 “섭외가 온다”고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색 선글라스 너머로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후배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칭찬했다.
“모두 매력이 있었죠. 이상윤은 인간미가 있고 진지하게 하는 얘기들이 많이 와닿았어요. 양세형은 고생도 해봐선지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무척 똘똘한 후배였죠.”
또 지난달에는 JTBC ‘히든싱어 5’에도 출연해 모창 능력자들과 대결을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히든싱어 5’는 내가 상상한 이상이었다”며 “내 노래지만 능력자들이 각자 자신의 아픔을 잘 표현했고, 나도 어려운 음을 잘 내는 출연자가 있어 정말 기분좋게 노래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특히 ‘사랑한 후에’를 함께 부를 때 진짜 멋있었다. 지금까지 이 곡을 부르면서 이렇게 멋있게 표현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파주포크페스티벌’에 출연한다. 또 그가 직접 밴드 멤버들을 그린 그림으로 팸플릿을 제작해 나눔 공연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