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와 남북 간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는 요즘 13만 명을 헤아리는 남북 이산가족들은 속이 탄다.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삶을 마감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혈육 친지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소망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한이 제안을 하면 북한이 마치 선심 쓰듯 감질나게 찔끔찔끔 들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남북은 1985년 고향방문단 교환 이래 모두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번의 화상 상봉이 있었고 편지도 주고받았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이산가족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선정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총 5만7천명이 지원해 최종 대상자에 선정되려면 568.9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지구상에 더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현실이다.
남북 정상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 약속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65년 생이별에 가슴이 새카맣게 타고 눈물도 말라 버린 이산가족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인도적 과제다. 상봉에 주력하는 한편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 이산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광범위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새로운 국면 속에서 북한이 소극적일 이유란 전혀 없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확대야말로 북한의 평화 의지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온 세계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미는 작은 연합 군사훈련까지 중지해가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행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남·북한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는 전면적인 조치에 나서느냐의 여부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핵무장을 아주 내려놓겠다는 북한의 약속이 진심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가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