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등록일 2018-06-07 21:09 게재일 2018-06-07 19면
스크랩버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지속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논란의 발단은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기업 고용감소를 부추긴다는 KDI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지난 4일 KD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린 미국과 헝가리의 연구 방식을 한국의 사례에 적용, 국내 임금근로자 수를 2천만명으로 설정하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올해 고용 감소 규모를 3만 6천~8만4천명으로 추정했다. 또 최저임금이 15%씩 올라 1만원이 되는 과정에서 고용 감소 규모는 2019년에 9만 6천명, 2020년에 14만 4천명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고용 감소 폭이 최대 32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최저임금) 달성 시기를 2022~2023년으로 최소 5년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해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동향점검 긴급회의에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지난달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소득하위 20%의 소득이 지난해보다 8% 감소했고,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가 벌어졌다”는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자성의 소리를 낼 때만 해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는 듯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돌연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입장을 선회,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갔다. 국가경제정책을 둘러싼 핑퐁게임 또는 파워게임은 필연적으로 민초들의 살림살이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이 정부는 진정 모르는 걸까.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