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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가족 경호를 둘러싼 이상한 잡음

등록일 2018-04-08 00:04 게재일 2018-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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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를 대통령경호처가 계속 맡는 것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를 대통령경호처가 계속 맡으라고 지시한 게 논란을 키웠다. 이 문제는 법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서 대통령 지시의 적절성 여부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깊이가 상당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준법의 미덕을 지킨 소크라테스의 일화가 새삼 떠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 기간을 현행 퇴임 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경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 이 여사에 대한 법정 경호기간 15년이 지난 2월로 끝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경호법의 한 조항을 들어 경호처가 계속 경호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목은 경호처 경호대상에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이라고 규정한 경호법 4조1항6호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같은 법에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밖엷라는 보충규정을 이 여사에게 적용하는 건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에 관련 규정의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대해서도 먼저 법제처의 해석을 보고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는 게 마땅했다는 비판이다.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나라의 어른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경호법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경호를 유지케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임을 자처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이 “법에 근거가 있다”고 한 주장은 결정적인 자기모순을 내포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 그렇다면 정부가 작년 10월 굳이 바꿀 필요도 없는 경호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7년이던 경호기간이 2010년에 10년으로, 2013년에 15년으로 늘었다. 이번에 또 늘리는 일 자체가 이상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경우엔 경호가 자연스럽게 경찰로 넘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순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짐작에 이르면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해석만 남는다. 법의 개정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법을 따르지 않은 것은 고의적이건 아니건 간에 경호처의 명백한 실수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민심을 움켜쥘 작전이 펼쳐진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 논란은 언제나, 그 전개양상과는 별도로 이문을 남기는 장사꾼이 따로 있는 법이다. 석연치 않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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