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대 김, 미국판 `굿닥터` 제작자로 BCWW 참석차 방한<BR>인종간 임금 차별 문제로 `하와이 파이브 오`서 하차하며 관심
“미국에서 그래도 성공한 커리어를 구축한 제가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내 한국계 배우, 아시아계 배우들의 권익을 위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공평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노력했고 한 번도 그런 노력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김(48·한국이름 김대현)은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의 마음도 다잡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방송·영상콘텐츠 마켓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7`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방송 제작자로도 활동하는 대니얼 대 김은 지난달 유쾌하지 못한 일로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2010년부터 미국 CBS 인기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에 주연으로 출연해온 그와 또 다른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이 임금 차별 문제로 드라마에서 하차했다는 소식이다. 두 배우는 동료 백인 배우와 같은 수준의 출연료를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하고서 하차를 결정했다. CBS는 다음 시즌을 앞둔 임금 협상에서 이들에게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백인 남성 배우 스콧 칸과 앨릭스 오로플린보다 10~15% 적은 출연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대 김의 에이전시는 그러나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여러 가지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이날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하와이 파이브 오`와 관련한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하와이 파이브 오`에 출연한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와이에는 한국계 등 아시아인도 많고, 혼혈인도 많아요. 백인이 다수가 아닌곳이죠. 그렇기에 하와이를 무대로 한 `하와이 파이브 오`에는 하와이의 사회와 문화를 현실적으로, 공평하게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껏 연기 인생에서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제대로, 공정하게 표현하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또 배우로서도 공평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미국에서 아시아 배우로 활동하면서 항상 선택해야 했고 제한적 요소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가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하차한 일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 내 아시아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아 왔다. 침묵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이끌 수 없다”며 “아픈 곳을 드러내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대 김은 한국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판 제작자 자격으로 BCWW에 참석했다. 그는 2014년 제작사 3AD를 설립했다.
`굿닥터`는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는 최초로 미국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작품으로 오는 25일 ABC 방송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 중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프라임타임이 오후 8~11시인데 `굿닥터`가 가장 좋은 10시에 방송된다”며 “우선 13편을 방송하고 반응이 좋으면 5편을 추가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AD를 설립한 후 첫 작품으로 `굿닥터`를 선택했습니다. 미국에 의학 드라마가 많지만 대부분 능력이 뛰어난 `슈퍼 닥터`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굿닥터`처럼 자폐가 있는 의사는 굉장히 독특한 소재입니다. 의사 자신이 태생적인 장애와 약점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굿닥터`의 캐릭터가 너무 좋아 주인공 이름 `시온`도 그대로 살려 `숀`으로 했다”며 “의사 선후배간 관계나 음주 문화 등은 미국 드라마에서 각색해야 하는 요소지만 핵심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는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매력으로 “슬픔이든 기쁨이든 모든 감정을 100% 발산한다는것”이라고 꼽았다.
“하와이의 한 방송국에서 매일 밤 엄선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시청률이좋아요. 제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봅니다. 한국인의 정과 감정을100% 발산하는 모습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부산에서 태어난 후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대니얼 대 김은 `로스트` `ER`, `24`, `CSI 과학수사대` 등의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