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위치발신장치 제대로 작동 않아 신고 안돼<BR>사고발생 8시간 만에 인근 지나던 상선에 발견<BR>어선 대부분 관리비용 많이 들어 수리 등 기피 <BR>사고어선도 V-PASS 설치 않았거나 고장 추정
선박 조난사고의 안전구조체계가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해상에서 전복된 구룡포선적 27t급 근해채낚기(통발어선) 803광제호의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10일 포항 앞바다에서 화물선과 충돌해 선원 6명이 사망, 실종됐던 209주영호 전복 사고와 똑같이 V-PASS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30일 낮 12시 50분께 호미곶 앞바다에 어선이 뒤집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어선은 전복 직후 구조요청을 하지 못했고, 사고 8시간 만에 인근을 지나던 상선이 발견해 신고를 했다. 해난 사고시 자동으로 조난신호를 발신하는 V-PASS 신호는 없었다는 것.
해경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선원 9명 가운데 3명을 구조했고 6명이 실종 및 숨진채 발견됐다. V-PASS 조난 신고가 없어 구조활동이 늦어져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선박패스(Vessel-Pass)` 혹은 `V-PASS`라고 불리는 어선위치발신장치 897㎒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며 선박 입·출항의 자동 신고과 어선의 위치, 선원 기록 등을 해경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장치이다.
V-PASS 신호가 끊기면 경고신호가 바로 뜨기 때문에 해경이 선주나 선장에 연락을 취해 이상 여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연락 안되면 구조활동에 나서는 등 조치를 할 수 있다. V-PASS는 또 자동 조난신고 기능을 가지고 있어 선박의 기울기를 파악해 해양사고 발생 시 어선의 위치와 함께 긴급구조신호(SOS)를 발신한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이 장치가 작동했다면 사고가 발생할 당시 자동 조난장치 기능이 작동해야 하지만 광제호 사고 발생 당시 지동 조난신고가 없었던 것으로 알졌다.
이날 사고가 난 광제호는 V-PASS를 아예 설치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설치했더라도 고장이 났거나, 선장이 고의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양사고시 신속한 구조작업을 하기 위해 2011년 1차 V-Pass 설치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4차 사업까지 진행됐고 동해안 상당수 어선들이 V-Pass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V-PASS 설치 의무화, 미작동시 출항규제, 처벌 등의 강제규정이 없는 등 관리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어선들은 V-PASS가 고장나도 그대로 방치해 놓고나 불법조업선 등은 위치 파악을 못하도록 고의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항의 한 채낚기 선주 A씨(남구 구룡포읍)는 “1차사업 당시 V-PASS를 장착한 어선은 대부분 고장이 나거나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킨다”면서 “고장시 수리도 쉽지 않고 비용도 비싸 고장이 나도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 말했다.
채낚기 어선 선주 B씨는 “어선들은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V-PASS는 어민들의 생명을 지켜줄 매우 중요한 시설물이다”며 “V-PASS 고장 수리 등 관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선주들이 설치와 작동 방법이 까다로워 V-PASS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많지만 이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