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마치 사진이 인화되듯 내 인식의 세계에 선명히 그려지는 이미지다. 사람들 얼굴은 대부분 좌우 면이 다르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의식적으로 왼쪽 얼굴이 많이 나오게 포즈를 잡곤 한다.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비스듬히 서서 찍은 사진이 실물보다 더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거울로 보던 이미지보다 예쁘게 인화되어 나온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내심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 전의 일이다. 얼굴 사진을 가지고 대칭하는 놀이를 해보았다. 콧잔등을 중심으로 좌우를 구분하여 나눈 다음 왼쪽 면을 복사해서 오른쪽 면에 붙여서 얼굴형을 만드는 놀이이다. 내 얼굴사진의 왼쪽 면을 복사해서 오른쪽에 붙였다. 낯선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의 오른쪽 면을 다시 대칭해 보았다. 한번쯤 뉴스에서 본 듯한 모습이다. 내 얼굴의 한쪽 면으로 만든 모습인데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다. 얼굴은 좌우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사물을 대칭해 보았을 때와는 달리 얼굴을 이용한 대칭이미지는 의외로 낯설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이 놀이는 인간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을 함께 보고 기억하기에 한쪽 면만 가지고 대칭시킨 이미지가 낯설게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사람의 눈이며 코, 입 등 기호화된 이미지가 인식의 세계에서 얼굴을 불러오듯 떠오른다. 얼굴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과 기억의 이미지로 작용하고 모든 관계맺음의 시작이 된다.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기억하다는 말과 같다. 첫인상이 기억에 오래남고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외모에 신경 쓰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의 내면을 모두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을 통해서 상대방의 성격이나 내면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미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누구나 자신의 좋은 모습이 기억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마음과 달리 의식적으로 좋은 인상과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위스 심리학자 융은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하고 주변세계와 상호 관계를 맺는다고 했다. 페르소나(persona)는 고전극에서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웃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이 나에게 주어져도 해야 할 때도 있다. 연극을 하는 셈이다. 그런 모습을 가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내면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려는 연극은 긍정의 힘으로 작용한다. 화가 날 때는 거울을 보며 활짝 웃어 본다. 두 얼굴이 거울 안에 있다. 웃고 있는 나를 찾아본다. 내가 임의로 만든 자아는 가장 밝은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이지만 결국 나 자신도 밝은 모습으로 변화됨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이 곧 마음이 되듯 긍정의 생각은 얼굴에 나타난다. 오른쪽과 왼쪽 얼굴을 대칭했을 때 또 다른 모습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나일까 아닐까 고민을 하는 것처럼 화가 나더라도 억지로 웃는 모습도 자신의 모습이다.
화가 난 마음을 걷어내고 그곳에 웃음을 얹어보자. 의식적으로 화가 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다보면 화가 난 원인에 대해서 객관화된 생각을 얻을 수 있다. 자신도 알지 못한 내면의 지혜로운 생각은 객관화시킨 마음에서 만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만든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꾸며져 웃는 그 모습 또한 그 자신의 일부이며 전부이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늘 좋은 생각을 선물한 결과라 생각해도 된다. 당신의 진짜 모습은 지금 거울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 늘 좋은 생각을 하고 활짝 웃는 바로 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