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계약 해지하더라도<BR>공장 가동은 불가피<BR>정부 제도 보완 필요
철강업계가 정부의 여름철 급전(急電)지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수요자원거래(DR)제도를 이행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중소 철강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시급한 제도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처음 도입된 DR제도는 전기 사용자가 전기를 아낀 만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 보상을 받게 되는 제도다. 공장, 대형마트 등이 정부와 계약을 맺은 뒤 급전 지시에 따라 약속한 만큼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급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체 특성상 급전 지시를 받고 생산공정을 지키려면 1시간 안에 계약한 전력량을 줄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달 2차례에 걸쳐 급전지시를 내리면서 DR제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주재로 최근 급전 관련 간담회를 열었지만 정작 참여 기업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급전지시로 난처해진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위해 인위적으로 전력 수요를 낮추는 게 아니냐라는 비판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 10일 이인호 산업부 1차관은 철강업체 가운데 가장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을 찾았다. 이 차관은 “수요자원거래를 통해 확보한 단위 시간당 발전량(4.3GW)이 원전 3, 4기 용량에 이를 정도다. 발전소 건설보다 (수요관리가)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DR 시장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 일반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국민 DR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철강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급전조치에 따른 DR제도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리하게 참여 업체를 모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1년에 최대 60시간까지 지시를 내릴 수 있게 계약을 했지만 지난해 실제 급전 지시가 내려진 시간은 총 5시간에 그쳤다. 업체들은 올해도 이 정도 수준일걸로 알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잇따르는 급전 지시에 당혹해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철강공단 내 모 철강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사무실 불을 끄는 정도로 급전지시 감축량을 채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공장을 멈춰야 겨우 가능하다”면서 “앞으로도 현 수준으로 급전 지시가 내려오면 DR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는 올들어 지난 7월 2차례에 걸쳐 4천32개 업체에 급전지시를 한데 이어 지난 7일에도 3천195개 업체에 급전지시를 내린 바 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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