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감독 `청년경찰` 9일 개봉<bR>유학파·배급사 직원서 감독으로<bR>3년간 작업, 첫 작품 극장가 도전
블록버스터 전쟁터인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한국영화 `청년경찰`이 9일 도전장을 내민다.
혈기왕성하고 정의감 넘치는 두 경찰대생이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액션영화다.
총제작비는 70억원 안팎. `군함도`(260억원), `택시운전사`(150억원)가 헤비급이면 `청년경찰`은 라이트급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올여름 극장가의 최약체로 꼽혔으나 최근 시사회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웃음과 감동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환(36) 감독은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경찰대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는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존재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말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분)과 이론은 해박한데 `허당끼`있는 희열(강하늘), 두 사람이 티격태격 빚어내는 콤비 플레이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끌어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둘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과 처음 만났을 때 대사 호흡 등을 맞춰보는 `리딩`도 하지 않았죠. 대신에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도 하고, 커피숍에서 수다도 떨면서 놀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다 보니 두 배우는 저절로 친해졌고, 촬영 현장에서 다양한 즉흥 대사를 선보이며 영화의 맛을 더 살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박서준에 대해 “리더 또는 장남 스타일로,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배우”라고 평했고, 강하늘에 대해선 “타인을 많이 존중해주는 심성이 착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 영화는 코믹 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마냥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만은 아니다.
최근 국내 범죄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조선인 범죄 조직과 여성이라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올 범죄가 등장한다. 납치 피해자가 살해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간인 `크리티컬 아워` 7시간을 설정해 그 시간 안에 범죄를 해결하려는 모습에서는 언뜻 세월호가 연상된다는 평도 나온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코미디 영화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니다”면서 “웃음을 끌어내려면 영웅에 대한 과업, 소명에 대한 무게감이 있어야 하므로 범죄 부분은 무겁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발생한 `그 사건`을 간접적으로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경찰`이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김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려서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 감독은 디즈니 입사 등을 꿈꾸며 중학교 2학년 때 홀로 뉴질랜드로 유학길에 올랐다. 이어 고등학교 1핵 때 미국으로 건너가 동부 뉴햄프셔주의 사립고교를 졸업하고, 명문 조지타운대에서 외교정치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공군 통역장교로 40개월 복무했다. 복무 중에는 쿠웨이트로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엄친아`로, 여기까지는 영화감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듯 보인다. 그러나 마음속에 창작자로서의 꿈과 열정을 키워온 그는 제대 후 2008년 국내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공채로 입사해 6년간 홍보와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그곳에서의 실무 경험은 관객을 배려할 줄 아는 시나리오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쇼박스 투자·배급 영화 `택시운전사`의 엔딩크레디트에는 김 감독의 이름이 해외 캐스팅 디렉터로 올라있다. 과거 쇼박스와의 인연으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을 섭외하는 일을 그가 맡았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회사를 그만둔 그는 3년간 `청년경찰` 시나리오에만 매달렸고, 이번에 첫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중2 때 뉴질랜드로 유학 갔을 때 20㎏짜리 여행 가방을 혼자 들지도 못해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 끌려간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연약한 존재였지만, 그래도 열정 하나로 살았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힘들었지만, 항상 시나리오를 썼죠. 저는 요즘 청년들에게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것은 열정인 만큼, 열정을 잃지 말라는말을 해주고 싶어요.”김 감독은 `청년경찰`이 흥행에 성공하면 박서준·강하늘 콤비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와 다시 한 번 손잡고 `청년경찰2`를 찍고 싶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