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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자 47% 세금 '0'원

연합뉴스
등록일 2017-06-21 02:01 게재일 2017-06-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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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급여 3천만원 이상<BR>면세자 88만명<BR>면세자 비율<BR>영국은 5.9% 불과<BR>미국도 35.8% 수준

소득세 공제제도에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이 유달리 높아서다.

저소득층이라고 분류하기 어려운 연 총급여 3천만원 이상 근로소득자 중에서도 87만6천명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면세자 비율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조세재정연구원 주최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주제발표에서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중이 2015년 4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중은 2005년 48.9%에서 2013년 32.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14년부터 근로소득에 대한 특별공제제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그해 면세자 비중이 47.9%로 치솟았다.

세액공제로 전환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저소득층에서 공제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면세자가 저소득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 급여 1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100% 면세를 받고 1천만~1천500만원 구간에서도 86.3%가 세금을 내지 않지만 총급여 3천만~4천만원 구간 소득자에게서도 면세자 비중이 30.3%에 달했다. 이 구간의 면세자 비중은 2013년 4.6%에서 2년 만에 25.7%포인트나 급증했다.

총급여 4천만~4천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도 19.5%, 4천500만~5천만원 구간에서도 12.8%가 세금이 `0원`이었다. 총급여 1억원을 넘는 근로소득자 가운데에도 0.2%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전 본부장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년에 3천만원 이상을 벌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는 총 87만6천명에 달했다.

한국의 면세자 비중은 외국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2013년 기준)은 면세자 비율이 35.8%, 캐나다(2013년 기준)는 33.5%로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호주(2013~2014년)는 면세자 비중이 25.1%로 더 낮고 영국(2013~2014년)은 한국보다 무려 40%포인트 이상 낮은 5.9%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면세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개인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근로자 평균소득의 50% 수준인 1인 근로자의 소득세 평균 실효세율은 한국이 0.76%로 일본(5.33%), 이탈리아(6.43%), 프랑스(7.86%), 영국(8.23%)보다 낮다.

◇ 조세정의에 위반

높은 면세자 비율은 소득 재분배,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라는 조세의 기본기능과 원칙에도 어긋난다. 근로소득세는 소득이 높은 납세자일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다.

적게 버는 사람에겐 세금을 덜 걷고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겐 소득을 더 걷어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망을 빠져나가는 고소득 납세자가 많으면 소득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모든 국민은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이 훼손됨에 따라 국민의조세 저항감이 심해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는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

근로소득세는 정부가 걷는 세금 중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해 전체 국세 242조6천억원 가운데 근로소득세는 전체의 12.8%에 달하는 31조원이 걷혔다.

2010~2016년 국세가 연평균 5.3% 증가할 때 근로소득세는 12.2%씩 늘어 전체 국세 증가를 이끌고 있기도 했다.

근로소득세 확보에 차질을 빚을수록 나라 곳간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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