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전자산업의 심장부라 할 수 있었던 도시바(東芝)의 경영위기 상황을 둘러싼 보도가 한창이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다양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일본기업의 악습이라고까지 지적되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대의 결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처럼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흔히 경영의 3대 요소를 3M(Man, Money, Material)이라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자금이나 물자의 효율적인 배치와 집행, 구성원의 관리 등 모든 것에는 인적자원의 능력과 경험 등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인적자원의 확보, 육성, 관리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요건은 형태만 다를 뿐 지역경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 가능한 부분이다. 포항경제가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를 지탱하였던 이른바 `7080세대`가 그러하였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사명감으로 회사와 나라의 운명을 동일시하던 지금의 은퇴세대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다.
포항제철이 들어설 당시만 하더라도 그저 포구가 있는 작은 시골의 어촌마을에 불과하였기에 당연히 가장 중요한 3대 요소 중 하나인 인적자원은 부산, 경남, 대구 등 각지로부터 실업계 고등학교, 전문대학 출신을 불문하고 많은 인력들이 포항으로 유입되었다. 결국 현재 포스코의 성장과 포항경제의 성장은 다양한 인적자원들이 있었고 성장기에 지역에 설립된 포철공고나 포스텍 출신 등 필요한 직능별 인력을 자체 육성하고 이를 노동력으로 수용하는 인적자원의 수급 사이클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오늘의 포항경제가 존재하게 된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포항경제는 주력산업인 철강업 분야에서 중국이 전 세계의 절반이 넘는 생산지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철강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포항경제를 지탱해온 인적자원의 수급경로가 단절된 것도 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과거와 같은 지역 내 철강전문가를 양성하던 포철공고와 포스텍의 졸업생이 지역의 산업역군으로 유입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업계고교에서 대학 진학고교로 탈바꿈된데다 외부에서 유입된 대학생들도 졸업과 함께 포항과의 인연이 없어지는 현상이 굳혀진 것이다. 게다가 수십 년간 포항경제를 지탱해왔던 386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숙련근로자들도 지역경제 부진으로 은퇴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러한 지역 인적자원의 흐름과 더불어 우려할만한 현상도 함께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례로 최근 수년간 포항의 개인택시의 매매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 철강업체에서 은퇴한 근로자들이 특별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시장진입이 가능한 개인택시사업자에 몰리면서 경쟁적인 수요가 관련 거래가격을 높였다는 풍문이다. 뿐만 아니라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눈에 뜨이지 않던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숍이나 아웃도어 전문매장들을 이제는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지역의 창업으로 계산되기는 하지만 창업 후 3년 내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 막연히 진출하여 자칫하면 수십 년간 모았던 은퇴자금을 소진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형태나 대상만 다를 뿐 앞서 예시하였던 일본 기업 도시바의 사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지역경제의 가장 큰 인적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철강업계가 배출한 숙련기능직의 은퇴자들을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 코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지역 연구소의 테스터, 철강업체의 신규채용인력에 대한 현장교육 요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자체적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지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