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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량세태(炎凉世態)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23 02:01 게재일 2016-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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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史記) 열전 중 `맹상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맹상군이 세도를 누릴때는 찾는 사람이 문전에 가득하더니, 낙마하자 문앞에 찬바람이 불었다. 식객들도 모두가 떠났지만 `풍환` 한 사람만은 남아서 맹상군의 말벗이 돼주었다. 그러다가 그가 다시 권세를 잡자 사람이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이들을 내쫓으려 하자 풍환이 말렸다.“저잣거리에 나가보십시오. 아침에는 사람이 북적이다가 저녁이 되면 한적해집니다. 사람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살 물건이 많고 저녁에는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금방 덥다가 금방 추워지는 변덕스러운 세태란, 사람의 심사가 본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막지 마십시오”

수당 이남규 선생은 아들 손자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나섰고, 가솔과 노비까지 죽임을 당했다. 선생은 염량세태를 이렇게 읊었다. “세상 온갖 군상들을 바라보니/흙먼지 길에 자욱하구나/저렇게 애쓰는 자들이 어려서부터 늙을때까지/젖은 곳 버리고 마른 곳 찾는구나/고기냄새에 모여드는 개미떼처럼/마름풀을 쪼는 물오리처럼.” 사람뿐 아니라 온갖 미물들도 이익을 찾아 먼지 자욱하게 뛰고 몸부림치는 것은 다 타고난 습성이란 탄식이다.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일어나고 심지어 `박근혜 탈당`을 외치고 “친박은 책임 지고 당을 떠나라. 지도부 사퇴하라”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줄줄이 탈당할 생각이라 분당 조짐이 뚜렷이 보인다. `새누리당의 풍환`인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이 사리사욕 있는 분은 아니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서 “3선 이상 의원 가운데 박 대통령께 정치적으로 신세 지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필요할 때는 업어달라 애원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등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 많다”고 탄식했다.

야당들은 마치 정복자처럼 기세등등하지만 공감은 크지 않다. “지금은 최순실이 한 사람이지만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여러 명의 최순실이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비아냥도 들린다. 염량세태에 부평초같이 떠도는 인심을 어쩌랴.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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