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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주인공이 된 기분, 짜릿해”

연합뉴스
등록일 2016-11-22 02:01 게재일 2016-11-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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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SBS `미운 우리 새끼` 출연<BR>뒤늦은 `일탈`에 흥부자 아재로 인기

일단 두 가지가 궁금했다.

하나는 `늦바람`의 즐거움이 `뒤늦은 인기`로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는 `흥부자 아재`로 떠오르고 나니 괴로워도 슬퍼도 마냥 즐거운 척 해야 하는 건아닌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맞다”였고, 두번째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는 답이돌아왔다.

금요일 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BS TV `미운 우리 새끼`로 데뷔 25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생후 552개월` 된 박수홍(46)을 20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끊이지 않고 이어진 그의 풍부한 말들을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 뒤늦게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다가 갑자기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자유롭게 노는 데 제약이 따를 것 같다.

△ 사실이다. 관심받고 바빠지니 전처럼 놀 시간도, 여유도 없다.(웃음) 어딜 가도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모여든다. 여의도 먹자골목만큼은 늘 편하게 다녔는데 요즘엔 거기서도 사람들에 둘러싸인다.

- 놀지도 못하고, 불편할 텐데 그래도 좋나.

△ 세상에… . 당연하죠. 너무 감사하다. 정말 땡큐다. 연예계 생활 25년 만에 온전히 내게만 관심이 쏠린 게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나 바라왔던 일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 일어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공을 드리블해 가서 골까지 넣은 기분이다. 골도 그냥 골이 아니다. 골든 골이고, 경기 종료 직전 터지는 버저비터다. 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엔 내가 주인공이 됐다. 방송에서 내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너무 짜릿하고 좋다. 어제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다들 나보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콘서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박수홍은 초반에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과 함께 `감자골 4인방`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내 개그맨보다는 방송 진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연예인이 아닌, `MC계의 공무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늦바람`이 든 유쾌한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대반전을 이뤘다. 시청자들은 클럽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뒤늦게 작은 `일탈`을 하는 박수홍에게 `흥부자 아재`라는 애칭을 붙였고, 그를 보면 절로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 `미운 우리 새끼`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물론이다. 나는 연예인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TV 나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우셨겠나. 우리 친형이 내 매니저인데 어머니께 “엄마, 공중파에서 오랜만에 수홍이에게 제안이 왔는데 엄마랑 함께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수홍이한테도움이 되는 거라면 구정물은 못 먹겠니”라며 수락하셨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도 못해서 열번 정도나 엔지(NG)를 내셔서 너무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연예인 병`에 걸리신 것 같다.(웃음) 동네에서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외출하실 때면 립스틱이라도 꼭 바르고 나오신다.

처음에는 욕도 먹었다. 나잇값도 못하고 주책없다는 소리도 나왔고 우리 어머니에게도 안 좋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보고 `귀여우시다`고 하고,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

- 클럽에 다닌 지 얼마나 됐나. 염색도 하고, 왁싱을 생각하고, 그야말로 박수홍의 반전이다.

△ 그러니까 말이다. 인생은 역시 살아봐야 안다. 클럽을 다닌 지는 4년 됐다.

그렇다고 내가 `죽돌이`는 아니다. 클럽이 생각보다 비싸다. 내가 그렇게 돈을 마구쓰지 못한다. 매주 가고 그런 건 아니다.(웃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마와 탈색을 해봤는데 하기 잘한 것 같다. 남들은 `중년의 탈선`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외모가 바뀌면 마음도 바뀌는 것 같다.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니 흥이 나더라. 하지만 조만간 좀 더 진한 색으로 염색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너무 가벼워 보인다`고 우려해서 바꿔보려고 한다.(웃음) 왁싱(체모 제거)은 미용실에서 방송에 나가는지 모르고 나눈 대화인데 그 부분만 방송에 나갔더라.(웃음) 엄마가 싫어하시고, 나한테 절박한 일도 아니니 그건 당장 하고 싶지는 않고 팔에 문신은 해보고 싶다. 지난번에 김수용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만 주저하다 안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또 언젠가 방송을 그만두고 전 세계 페스티벌을 다 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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