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시절 차지철, 중앙정보부, 검찰이 최태민을 조사했다. 보고서는 한결같이 “조심해야 할 위험 인물”이었고, 아버지는 딸을 심히 나무랐다. 그러나 `윗불`은 껐지만 `속불`은 타고 있었다. 전두환정권도 최태민을 조사했다. 노태우정권 때는 두 동생이 청와대에 탄원서까지 보냈다. “언니를 최태민의 마수에서 구해주십시오”란 내용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실이 나섰으나 곧 유야무야됐다. 박근혜는 동생들에게 말했다. “내가 누구에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최태민에 대한 소문은 반대세력의 악선전”이라 했다.
후에도 검찰은 최태민과 그 주변의 비리를 샅샅이 조사했다. 최씨는 자신의 비리를 부인하면서 모든 책임을 `영애 박근혜`에게 돌렸다고 한다. “영애가 다친다” 해서인지 최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공식 수사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는 탁명환씨의 글을 통해서 혹은 당시 수사관들의 입을 통해 단편적 비화들이 흘러나왔다.
노태우정부시절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보고서는 남아 있다. 최씨는 영애에게 “신의 계시로 몇 년만 기다리면 여왕이 될 것이다. 친인척 등 외부인을 만나면 부정 타니 접촉을 피하라”했으며 “최면을 걸어 육영수 여사의 환상이 나타나게 했다는 말이 나돈다”고 썼다. 박 대통령은 2차 사과에서 “최씨 일가와의 사적인 인연을 끊겠다”했다. 40년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온 순간이다. 껍질을 깨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