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고향으로 해병대에서 30여년을 근무하고 다시 포항시민으로 돌아온 한 사람으로서 포항역에 대해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옛 포항역을 없애기 전에 이강덕 시장께 글을 보냈다. 보내기 전 개인적으로 월남전 참전용사와 해병대 현역, 그리고 지역유지와 포항시민들에게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보냈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문화를 관광상품화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포항시는 있는 역사적 건물마저 초가집 허물듯이 없애고 폐철길에 조성한 숲길을 두 동강으로 내버린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일본 북해도 삿포로 시계탑에서 지정된 시간에 울리는 소리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도 옛 포항역에서 이같은 기적소리와 함께 그 당시 대통령의 육성과 청룡부대 환송식, 시민의 추억 등을 영상으로 재현해 관광객들이 주변의 폐철길에 조성한 공원에 앉아서 역사의 현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명품도시의 명물을 만들 수도 있었던 역사적인 건물을 너무 쉽게 허물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포항시가 아닌 영일군 연일읍에서 학교에 다녔다. 그 시절 월남에 파병하는 해병대의 청룡부대가 포항역을 떠나거나 도착하면 새벽에 포항역에서 행사하는 환송식 및 환영식에 참석했었다. 그곳에는 항상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꽃다발과 태극기를 들고 있었고, 군악대와 학교악단은 계속 군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해병대의 청룡부대 장병들이 포항역 광장에 정렬하면 환영 및 환송사와 꽃다발 증정과 함께 군가를 부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시골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출발하여도 늦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먼 길을 걸어야만 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일찍 일어나서 걷는 일이 너무 힘들어 월남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아저씨가 월남에서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나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분들이 침통해 하고 있었다. 얼마 후 이웃마을에서도 전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때서야 먼 남쪽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떠나는 청룡부대 장병들은 많은데 돌아오는 청룡부대 장병들의 수는 적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특히 소위를 비롯한 하사관들인 초급간부가 많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성으로 따라 부르던 청룡부대의 노래를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태극기를 손에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가슴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청룡은 간다` 노래를 부를 때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무엇인지 실체는 정확히 모르지만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느꼈다.
먼 훗날 내가 직업군인이 되어 작전을 마치고 포항역에 도착하고 출발하거나 포항시가지를 통과할 때 시민들이 손을 흔드는 것만 보아도 힘들었던 것이 사라지고 눈에 눈물이 핑 돌며 가슴이 뭉클하여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시절 우리들의 환송과 환영이 청룡부대 장병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포항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내 삶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안타까운데 과연 당사자인 청룡부대 장병들과 해병대 및 뜻있는 포항시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는 언제부턴가 역사를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해병대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있는 현장인 포항 도심의 옛 포항역은 복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