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구르미 그린 달빛`서 열연<BR>“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준비 과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깜찍한 아역 연기로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김유정(17)은 부쩍 성숙해진 듯했다. 하지만 차분하면서 조숙해 보이는 표정 아래로는 언제 `까르르` 하고 쏟아질지 모를 장난기 어린 웃음을 머금은 앳된 모습도 엿보였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막 끝낸 김유정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당분간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여운이 크게 남아 있을 거 같아요. 너무 속상하고 섭섭하고. 시원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아쉽죠.”
마지막 촬영 때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싱숭생숭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김유정은 “잊을 수 없고 잊기 싫은 작품”이라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조금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유정은 다섯 살 때 과자 CF로 데뷔해 벌써 연예계 활동 13년 차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김유정이 아역 배우에서 벗어나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작품이란 평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유정의 반응은 좀 더 신중하고 야무졌다.
“성인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드라마 전체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역을 맡은 건 처음이었고 많은 걸 보여줄 기회였던 건 맞죠. 하지만 홍라온은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는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라온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면서 저도 따라서 성장한 것 같아요. 성인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로맨스를 펼치는 능청스러운 남장여자 내시 홍라온을 연기했다.
김유정은 “남자인 척하거나 흉내를 내는 남장 여자가 아니라 아직 앳된 성장기의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초반의 통통 튀는 홍삼놈(홍라온)을 연기할 때는 너무 즐겁고 재밌고 행복했고 실제로도 밝은 기운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극의 전개가 바뀌고 역적의 딸이 되면서 라온이도 흔들리고 감정 소모도 많아졌고, 저도 같이 우울해지면서 자신감이 좀 없어졌어요.”
극 중 홍라온이 가장 아름답게 그려진 하이라이트는 초반부인 4회 왕의 생일잔치에서 음모로 사라져버린 기녀를 대신해 라온이 얼굴을 가린 채 독무를 추는 장면이었다.
김유정은 “그 장면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며 “스태프들 모두가 진짜 공을 들인 장면이라 피해를 주지 않도록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시청자들 반응이 너무 좋아 뿌듯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김유정은 극 중 여자로 차려입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내내 상투를 틀고 남장을 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초반에 감독님께서 후반부로 가면 여자로 많이 나올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기다려도 (그런 장면이) 안 나오더라.(웃음) 물론 저도 여자로서의 예쁜 모습을 많이 보여 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나오면 안 될 거 같았죠. 역적 홍경래 여식으로 도망을 다녀야 하는데….”
김유정은 “엔딩 장면에서 영이 임금이 되고 찾아왔을 때 넓은 꽃밭에서 라온이 여자의 모습으로 서는데 너무 예쁘게 잘 나왔더라”며 “그걸로 한풀이를 했다”고 말했다.
설령 본인의 배역이 어여쁘게 부각되지는 않아도 극 전체가 살아나는 데 기여한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답지 않은 당찬 대답이었다.
“저는 항상 상대방이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돼야지 하고 마음을 먹거든요. 김유정이란 배우와 같이 한번 해보고 싶어요. 김유정이란 배우는 믿고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어요.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싶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