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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교(邪敎)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0-31 02:01 게재일 2016-10-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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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2007년 한국 대선 때의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당시는 이명박-박근혜 간 후보경선이 치열하던 때였다. 주한 미 대사관은 그 해 7월 16일 “MB세력들은 최태민씨를 한국의 라스푸틴이라 부른다. 카리스마가 있는 고 최태민씨는 인격 형성기에 있던 박근혜 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다. 최의 자녀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라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최의 사위 정윤회 등 최씨 일가가 직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말을 MB측에서 흘린다”란 구절도 있다.

`라스푸틴`은 20세기 초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시절 떠돌이 `최면술사`였다. 그때 황태자 알렉세이가 혈우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 됐는데 라스푸틴이 이 병을 고친 것이 계기가 되어서 황제 내외의 지극한 신뢰를 받으며 국정 전반을 농단한다. 심지어 현몽(現夢)을 내세워“꿈에 황제의 군대가 대승하는 것으로 보이니 진군하시라”라는 작전지시까지 내려 참패한다. 장관의 목을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했고 세금을 대폭 올려 받는 증세정책을 조언해서 민중이 폭동을 일으켰다. 1916년 우국지사들이 그를 죽여버렸지만 나라는 이미 기울어 2개월 후 로마노프 왕조는 무너지고 말았다.

최태민은 일제 때 순사였다. 난세를 살아가는 처세술과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면술에 능한 사람이었다. 불교·기독교·천도교를 합친 종교라며 영세계(靈世界)를 주장하고 죽은 자와 산 자는 꿈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꿈에 육여사가 나타나 근혜가 영부인이 될 것”이라 했다는 말이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에너지가 지원한다”는 말은 다 이같은 `교리`에서 나온 것이다. 맏딸이 이 사교에 빠지자 아버지는 호되게 질책했고 두 동생들이 심각하게 걱정했지만 박근혜는 끝내 그 최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 최태민의 자녀들과 `사사건건 국정을 상의하는` 관계를 맺어왔다.

주한 미 대사관의 예측은 맞았다. 사교가 나라를 절벽으로 몰아왔다. 국민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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