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혼술남녀`의 민진웅<br>“매회 다른 성대모사 선보여 인기”
“3년 전부턴가 저도 혼자서 술을 마시는 스타일이됐습니다. 술집이나 포장마차도 가끔 가지만 주로 편의점에서 맥주나 소주를 하죠.”
간혹 `혼술`(혼자서 술 마시기)이 영화나 TV에서처럼 멋져 보일 때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처량하고 궁상맞다.
요즘 인기 있는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로 얼굴을 알린 신인 배우 민진웅(30)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혼술`의 실상을 아는 눈치였다.
민진웅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은 무명 배우의 티를 벗지 못한 일상과 길지 않는 연기 인생에 관해 얘기했다.
“어제도 대중교통 이용해 대학로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많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후줄근하게 입고 다녀서 그런지. 어쩌다가 한두 명 알아보시기도하는데…”
민진웅은 뒤늦게 배우의 길을 발견했다.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자라면서 연기자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예술사를 공부했지만, 한때는 판검사를 꿈꾸며 단국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벼락치기였지만 고3 때 전교 1등도 해봤다고 한다.
“원래 이과였는데 문과로 바꿔 수시(수시모집)로 점수 맞춰 교차 지원을 했는데운 좋게 법대에 붙었죠. 근데 공부를 해보니 도저히 자신감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1학기 마치고 휴학한 뒤 연기학원 다니면서 준비해서 한예종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순전히 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고3 1학기 때 수시로 대학에 합격하는 바람에 2학기에는 시간이 남아서 어머니 권유로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며 “그때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따고 연기학원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스타를 꿈꾸며 가수나 연기자의 길을 가는 것이 유행이 된 요즈음, 그의 평범한 성장기와 정서는 오히려 배우로서 귀한 자산이 된 듯하다.
민진웅은 신인배우답지 않게 차분하고 속이 깊어 보인다. 연기할 때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지 않고 겉멋도 없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지금껏 성대모사를 했던 인물들은 다 매력적이지만 사실 저는 인간적이고 생활밀착형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세고 달달한 얘기도 좋지만 우리네 얘기가 더 좋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배우로는 캐나다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을 꼽았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고 하자,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매 순간 진심으로 진실하게 많은 분과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혼술남녀`에서 민진웅은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에게 행정학을 가르치는 강사를 연기한다. 매회 다른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들의 성대모사를 선보여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지만 뒤로 상처를 감추고 사는 애처로운 인물이다.
민진웅은 예상 밖의 절제된 연기로 반전이 있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혼술남녀` 12회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유품을 정리하면서 눈물짓는 연기는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