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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교육 (상)

등록일 2016-10-11 02:01 게재일 2016-10-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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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수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올해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인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 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필두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열기가 뜨겁다. 이후 AI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자 정부는 급히 300억원을 투자해 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두는 AI개발을 발표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들은 AI에 관심과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실로 보면, 비록 뒤늦었지만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해서 AI와 같은 미래산업에 추가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 197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의 제3차 산업의 도래에도 독일은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을 기반산업으로 한 신산업개발 정책을 추진했다. 강소기업 중심의 독일이 경제위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제조업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제조업은 도제식 직업교육이 배출한 현장기술인이 지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청년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산업은 꼭 AI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향후 부지불식간에 또 다른 고도화된 산업이 출현할 수 있기에 제4차 산업의 열풍에도 `신성한` 제조업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한편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대략 70%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지만 대학졸업자들의 실제 취업률은 57%로 매우 낮다. 청년들의 낮은 취업률로 인해 심지어는 대학졸업(4년제)한 후에도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거나 혹은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도 곧 기업현장에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기관의 교육과 기업현장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졸신입사원 재교육 기간 및 비용은 평균 18.3개월, 1인당 5천959만원으로 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 산업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산학일체형 교육방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적절한 그 해답은 지난 2013년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에 도입한 독일과 스위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업교육시스템이다. 다행스럽게도 안정적인 고용과 청년일자리 창출에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스위스와 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이 지난 2015년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에는 특성화고등학교 9개교를 시범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전국 60개 특성화고 2천674명의 학생들이 800여 개 기업체에 조기 취업하여 기업맞춤형훈련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도제식 직업교육을 수용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현장중심형 직업교육모델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도제교육에 적합한 전공 분야의 학생 50여 명을 선발해 맞춤형 교육훈련을 시행하게 되는데, 각 학교에서는 기업과 함께 2~3학년의 도제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교와 기업 여건 등을 고려한 다양한 직업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한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인`유니테크(Uni-Tech)`사업도 있다. 이 사업은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그리고 취업을 보장하는 기업이 연계되어 하나의 사업단을 이루고,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5년간의 통합교육과정을 함께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스위스·독일의 도제식 직업교육은 금형 등 뿌리산업인 우수 제조업 분야의 기술·기능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향후 우리 산업의 허리를 견고하게 받쳐줄 것이다. 나아가 청년 고용률과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등 중앙정부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의 산업에 맞는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도제식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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