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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치료 시설 시급

등록일 2016-10-10 02:01 게재일 2016-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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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선<br /><br />경북도의회 의원
▲ 박용선 경북도의회 의원

#사례1.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은 전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규모 5.8의 강진으로 경주, 포항, 영천 등 경북도내에서만 주택 파손 등 5천 48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복구비용이 138억원에 이르렀다. 지진 규모가 크다보니 여진 횟수도 상상을 초월했다. 3일 발생한 3.0 규모의 지진까지 합쳐 모두 455회나 여진이 일어났다. 3.0~4.0 미만이 16회, 4.0 ~5.0 미만이 2회였다. 경주시민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재산피해도 피해지만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사소한 소음에도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다. 소화 불량에 두통, 어지럼증세로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괴담까지 가세해 트라우마가 깊어지고 여진의 충격으로 건물이 조금씩 함몰되거나 균열을 일으켜 붕괴되지나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사례2.

2012년 9월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 보관창고가 폭발해 이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했다. 불산가스누출 사고의 2차 피해는 엄청났다. 사고 현장 인근주민들은 피부발진, 두통 등을 호소했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말라죽는 한편 가축들이 이상증세를 보여 주민 불안감이 컸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려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경찰관, 인근 공장 근로자, 공무원, 시민 등 398명이 불산의 위험성을 모르고 현장에 접근했다가 어지럼증과 두통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역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LCD 패널 제조공장인 이코니에서 폐질산 5t이 탱크 밖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소방서 등 관계당국의 재빠른 대응으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4년 전 불산가스 누출로 트라우마를 겪었던 주민들은 유독물질 유출 사고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진과 대형사고 등 재난을 경험한 사람 절반이 재난 이후의 삶에서 우울증 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는 조사가 나왔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팀은 지난해 3월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재난경험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재난 경험자 170명 중 45.9%(78명)가 정신건강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 이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여가활동, 직업, 자산, 신체건강, 가족관계의 순서로 재난 경험 후의 삶에서 애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의 지진과 구미의 유독물질 유출사고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북도내 곳곳에서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나 재난 후 주민들이 겪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신안정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해 대책이 시급하다. 경북도가 지난해 `국가재난안전 클러스터`를 추진해 국립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센터를 만들 계획이지만 당장 치유가 급한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때문에 현재 경북도 차원에서 계획 중인 사업이라도 하루빨리 예산을 집행해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경북도에서는 소방공무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해 특수건강진단 및 심신안정실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도는 올해 특수건강검진 등에 13억5천여만원, 심신안정실 설치에 2억5천여만원을 편성해두고 있는데 이번 경주지진과 구미 폐질산 유출 등 재난을 계기로 규모와 이용 대상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포항, 안동, 김천 등 경북도립의료원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 치료를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도가 이 예산을 편성할 때는 경주 지진 등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을 감안한 장기 대책을 별도로 세우더라도 우선 있는 예산을 활용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주민들을 치료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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