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서 중전 김씨役<BR>“중전에 안쓰러움과 연민도 느껴”
구중궁궐을 들여다보는 사극에 악역이 빠질 수 없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악역은 중전 김씨(한수연 분)와 그아버지인 영의정 김헌(천호진)이다.
지난주 방송에서 중전 김씨는 다른 궁녀의 뱃속 자식을 빼돌려 세자 이영(박보검)을 내칠 계략을 세울 정도로 흉악한 인물임이 드러났다.
드라마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할수록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중전 김씨 역의 한수연(33)을 26일 전화로 만났다.
한수연은 “사실상 휴면 상태였던 제 팬카페를 팬들이 다시 찾고, 욕을 남기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 오랫동안 꿈꿔왔던 악역… “중전에 안쓰러움과 연민 느껴”
한수연은 부산에서 영화 `더 킹`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구르미 그린 달빛`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정말 중전 역할을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연기에 데뷔한 이후 제대로 악녀 캐릭터를 한 적이 없어서 중전 역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한수연은 전형적인 악역 대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매력 넘치면서도 욕망으로 들끓는 인물을 고민하던 끝에 촬영 전 영화 `블랙스완` `나를 찾아줘` `원초적 본능`, 드라마 `선덕여왕` 등을 다시 돌려봤다.
한수연은 학창 시절을 헝가리에서 보냈기에 한국사에 밝지 못하다고 했다. 촬영 전 조선 역사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극 중 배경인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 김씨 무덤인 인릉을 다녀온 것도 그 때문이다.
악역을 연기하는 대부분 배우가 그러하듯, 한수연도 중전에 안쓰러움과 연민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한수연은 아버지 김헌이 중전 앞에서 “기생 천출인 마마도 중전 자리에 올린 나”라며 그 출신을 들먹인 장면을 되짚었다.
“중전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아버지로부터 출신 때문에 멸시를 받았겠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딸을 중전으로 키우고자 사실상 괴물처럼 키웠을거로 봐요.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었을 거예요. 출신에 대한 열등감에 그런 성장 과정까지 더해진 거죠.”
◇ “유정이 따귀 맞고 계속 울어 미안하고 민망”
중전 김씨와 그의 수를 읽는 영민하고 담대한 세자 이영이 만나면 드라마에는 불꽃이 튄다.
“해맑고 착하고 인사성도 좋은” 박보검과 살벌한 연기를 펼치려니 고충이 없을 수 없다.
“이영이 중전에게 노여움을 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둘이서 촬영 전에 가볍게 대사를 맞춰 보다가 박보검 씨가 `노여움을 푸시지요`라고 했을 때 제가 `어떡해, 진짜 노여움이 풀린다, 풀려`라고 답했다니깐요.”
한수연은 남장여자 내관 홍삼놈(홍라온) 역의 김유정과는 첫 촬영에서부터 따귀를 올려붙여야 했다.
“대본에 홍라온이 울먹울먹한다고 나와 있긴 했는데 유정이가 계속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첫 만남에 유정이를 때린 데다 계속 우니 정말 민망하고 미안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한수연은 중전 김씨 앞날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살이는 자신이 행한 대로 돌아오기 마련이라 끝이 좋을 리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최소한 몰락하지 않을까 해요. 사람들은 중전을 `발암물질`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저는 그만큼 또 중전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