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포항 지역경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각화가 아니라 기존의 포항소재 철강사만이라도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항소재 철강사들의 후퇴속도를 조절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사양화 문턱에 서 있다. 사양화가 본격화 되면 그 속도는 엄청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과의 국제분업구조도 그렇고 과거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이 다소 과대평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 밀리는 속도는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포항 지역경제는 진퇴양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일은 철강산업 사양화로 인해 포항 지역경제가 받을 타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철강은 산업적 특성상 사양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법 제도적 정비가 선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사양화의 길로 들어서면 철강의 경우 더 정교한 정부 산업정책이 요구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수입규제, 수입모니터링, 국산 우선구매, 원산지 표시, KS규정 등 다양한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사양화 속도를 지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샷법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제도를 통해 개별 철강사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고 속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항 광양 당진과 같은 철강도시는 지역경제 차원에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 철강도시의 사양화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일본 기타큐슈는 미국 피츠버그 지역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좀 더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진 일본에서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철강 구조조정 관련해서 지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강공장이 있었던 유휴지를 재개발하는 정책이다. 미국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부동산업자가 재개발을 주도하였고, 일본에서는 철강사와 노조가 재개발을 주도했다. 이러한 양국의 차이는 주로 양국의 노사관계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포항지역은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일본 모델을 따라가겠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 노사관계를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 노사관계는 포항 지역경제의 위기극복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미국과 일본의 철강 구조조정 결과를 비교해 보면 철강사와 노조가 적극 주도한 일본모델이 훨씬 사회적 비용이 적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포항 지역경제에 대해 이런 어두운 얘기를 하면 많은 포항시민들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스스로 낙관적인 얘기를 하면서 위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포항지역의 다각화가 왜 지지부진 했다고 생각하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절박함이 약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포항지역 철강산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함으로써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철강도시의 위기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다른 철강도시인 당진 광양도 마찬가지다. 광양은 포항보다 더 생산성 중심의 일관공정을 가지고 있어 경기침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양화가 본격화되면 광양이 포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당진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힘이 작동하고 있어 좀 더 수월하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지속되기 어려운 점도 있고 당진이 포항보다 더 신예의 설비를 가지고 있어 사양화가 본격화 되면 신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한 채 조로할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