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프리 4년째 고정만 10개<BR>“`래리 킹 라이브` 같은 쇼 하고파”
10여 년 전 한 방송사 앵커는 뉴스 프로그램 녹화를 끝내기 직전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발랄하게 외쳤다.
신참내기 앵커의 돌발적인 클로징 멘트는 `당연히` 편집됐다.
개그감을 감추지 못했던 앵커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전문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요즘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전현무(39)다.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이메일 주소는 미국 토크쇼 황제가 진행했던 `래리 킹 라이브`에서 따온 `래리 전 라이브`(larryjunlive)다.
전문 예능인으로 활동한 지 만 4년, 종횡무진인 전현무를 지난 2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에서 만났다.
아이스 커피와 케이크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전현무에게 스케줄부터 물었다.
“월요일은 `나 혼자 산다`(MBC)를, 화요일은 tvN에서 시작하는 `노래의 탄생`과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시즌2를 격주로 찍어요. 수요일은 `수요미식회`(tvN)와 `프리한 19`(O tvN), 목요일은 `뇌섹시대-문제적 남자`(tvN), 오늘 금요일은 `판타스틱 듀오`(SBS)를 촬영하고요. 토요일은 `해피투게더`(KBS2), 일요일은 비정상회담(JTBC), `힛더스테이지`(엠넷) 이렇게 찍죠.”
고정 프로그램만 10개에 달하니 김구라와 1, 2위를 다투는 다작왕인 셈이다.
전현무는 여기에 MBC TV 추석 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와 과학을 소재로 한 KBS 2TV 파일럿(시범제작) 예능 `사라진 스푼`까지 추가했다.
그는 일 욕심이 과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저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 저를 찾아주는 방송이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언제까지고 저만 찾지는 않을 거란 점을 잘알기에 그 기대에 부응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9월까지만 해도 전현무의 직업은 KBS 아나운서였다. 그는 `해피투게더`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 예능에서 범상치 않은 끼와 흥을 과시했고, 모두의 예상대로 결국 KBS를 떠났다.
그 시절을 다시 곱씹는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제가 `남자의 자격` 등을 하면서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깨뜨렸잖아요. 제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하면서 재미를 주는 일이쉽지 않은데 제가 조금은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고, 저를 찾아주는 제작진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과감히 도전했죠.”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며 “제 재능에 비하면 `대박` 났다”고 평가한 전현무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블 채널이 성장하고 종합편성채널까지 막 출범하면서 다채널 시대가 막을 올린 시기와 맞물린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전현무는 가장 각별히 생각하는 프로로 JTBC `히든 싱어`를 꼽았다.
“진행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고 스스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그 프로를 좋아했어요. JTBC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음악방송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프로이기도 하고요. 그 프로를 본 PD들이 같이 일하자며 연락도 많이 왔어요.”
전현무는 그동안 자신의 진행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깐족대는 그를 `밉상`이라며 고깝지 않게 보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나운서 시절에는 완전 천방지축이었어요. 웃기면 다 된다는 주의였거든요. 한 컷이라도 더 방송에 나오는 것이 중요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이 나를 써 준 PD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전현무는 “지금은 제가 웃기는 것보다 전체 프로그램이 어떤지를 많이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방송이 끝난 뒤 (웃음 대상으로 삼은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사과하는 일도 많았는데 요즘은 그럴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맘때 친정 KBS로 돌아온 전현무는 유재석, 박명수 등과 함께 `해피투게더`를 진행 중이다. KBS의 퇴사 후 3년 내 출연 금지 규정이 풀렸기 때문이다.
“KBS에는 아직도 묘한 감정이 들어요. 절 직원으로 뽑아준 방송사이다 보니 다른 방송보다 더 잘하고, 더 인정받고 싶어요. 그렇다고 다른 방송을 소홀히 한다는 건 아니고요. 어렵게 키워준 부모님 덕분에 유학을 다녀온 아들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마음을 갖는 거죠.”
전현무의 궁극적인 꿈은 `래리 킹 라이브`보다 좀 더 재미있는 `래리 전 라이브`다.
“결국 하고 싶은 콘텐츠는 시사와 예능의 만남이에요. 지금은 제가 그런 콘텐츠를 하기에 경륜도 짧고 아는 것도 부족하지만, 나이가 차고 경륜이 쌓이면 재미있는 `래리 전 라이브` 쇼를 하고 싶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