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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여배우 설 자리 많지 않아 안타까워”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6-08-25 02:01 게재일 2016-08-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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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영화 `범죄의 여왕`서 주연<BR>“사랑과 정의감 넘치는 아줌마役”
▲ 개봉을 앞둔 영화 `범죄의 여왕`의 주연 배우 박지영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있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지닌 사람이 그렇고, 주변 사람에게까지 사심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그렇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의 여왕`의 주인공 `양미경`과 그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영이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일 듯하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영은 배우로서의 프로다움과 함께 그 자체로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뿜어냈다.

상기된 표정으로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데뷔 27년 차의 중견 여배우다운 모습이 느껴지다가도, 자신이 영화 속 `미모 담당`이라며 불쑥불쑥 농담을 꺼낼 때는 푼수 같고 소녀 같은 면모도 드러냈다.

그가 주연한 `범죄의 여왕`은 사시 2차를 앞둔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한 달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관리사무소에 따지러 갔다가 범죄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아줌마 `양미경`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요섭 감독은 박지영과 이야기를 나눠본 뒤 `양미경=박지영`이라며 바로 캐스팅했다 한다.

`양미경`은 흔히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와 억척스러움으로 대표되는 다른 영화 속 아줌마와는 사뭇 다르다. 모성애와 정의감이 넘치는 데다, 미모까지 빼어나다. 비록 시골 미용실 원장이지만 아들을 만나러 서울에 갈 때는 `북유럽풍 빈티지` 치마에 빨간 구두를 신는 등 한껏 멋을 낸다.

아무리 영화지만 장성한 아들을 둔 아줌마치고는 너무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박지영은 “나도 실제로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딸을 둔 40대 후반의 엄마”라면서 “딸들과 밖에 다니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양미경`은 오로지 제 아들만 생각하고 수도요금 때문에 싸우는 드세고 그악스러운 아줌마가 아니다”면서 “미모에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사랑과 정의감 넘치고, 해야 할 일은 꼭 하는 아줌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 중 범죄를 감지하는 `촉이 좋은` 아줌마로 나온다. 박지영은 `촉이 좋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가질 때만 가능한 설정이라고 부연했다.

박지영은 이번에 공교롭게도 `다작 배우`가 됐다.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그리고 영화 `범죄의 여왕`까지 일주일 내내 TV와 스크린에서 얼굴을 비치게 된 것이다. `달의 연인`과 `범죄의 여왕`은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방송과 개봉 시기가 우연히 겹친 탓이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중견 여배우가 설 자리가 많은 것은 아니다. 박지영은 “관객 대부분이 여자라서 그런지, 제작자들이 여배우들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젊은 감독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그런 영화에 관객들이 많이 든다면 여배우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올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천생 배우`여서일까. 박지영은 해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까닭 없이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시상식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고 흥분됩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한때 PD였던 남편에게 `나는 언제쯤이면 이런 증상이 없어질까?`라고 묻기도 해요. 그래도 제 나이 60살 정도 되면 그런 상을 탈 날이 오지 않을까요? 호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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